'공포의 수요일'이었다. 주가는 폭락했고 금리는 급등했으며, 환율은 널뛰기를 했다.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이 없었다면 전형적인 '트리플(주식 채권값 원화가치) 약세'였다. 고유가 신용위기 경기둔화 등 안팎으로 켜켜이 쌓인 악재가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의 악령을 깨울 것이란 우려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넘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체감공포가 가장 심한 건 증시다. 밑을 알 수 있는 끝 모를 추락에 숨이 멎을 지경이다. 2일 코스피지수(1,623.60)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마지노선이라던 1,600선마저 위협 받았다. 낙폭(-42.86포인트)은 올해 최악이었던 2월(-55.90포인트)에 버금간다. 매수주체가 사라진 코스닥지수(556.79)는 올해 3번째 사이드카까지 발동한 끝에 4.13%(-23.98포인트)나 폭락했다. 550선으로 내려앉은 건 무려 20개월 만이다.
이미 시장은 투매(덤핑)를 경고하고 있다. 유가 급등 등 온갖 위험이 다 드러난 데다 이날 특별한 대형 악재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폭락사태를 설명할 요인이 투자자들의 '패닉' 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파트장은 "8~9%가까이 빠지는 종목이 숱하게 나오는 건 투매 심리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최근 인플레 영향으로 펀더멘털이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지며 지지선이 하향 이탈하자 결국 못 견디고 주식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침없는 외국인의 '팔자' 공세와 실종된 매수세도 증시를 침몰 시키고 있다. 오 파트장은 "권투에 비유하면 10회까지 두드려 맞아(외국인 18거래일째 매도) 판정으로 가도 패할 상황인데 마지막 12회에 카운터 펀치(기관의 손절매 및 개인의 투매)까지 맞고 백기를 든 셈"이라며 "최근 발표된 국내 경제지표가 경기둔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닥이 더 망가진 건 매수세 실종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다만 증시가 지나치게 싸졌다는 근거를 들며 1,600선을 바닥으로 믿고싶어 하는 눈치다. 그러나 그간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견고함을 보였던 우리 증시가 계속 버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팀장은 "글로벌 증시를 따라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하다"며 "현재로선 중장기적으로 전저점과 전고점 사이를 오간다는 예상 정도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값도 폭락, 금리는 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역시 물가상승과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 등 투자심리 급랭이 이유였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들어 처음 6%대(연 6.07%)로 올라섰다. 대출금리의 연쇄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도 20원 이상 오르내렸다. 유가상승과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 영향으로 장 중 달러당 1,057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외환당국이 막판에 10억달러 이상의 매도개입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20원 넘게 떨어졌다. 결국 전날보다 12원 내린 1,035원에 장을 마쳤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추가 물가안정으로 옮아갔지만 투자심리가 무너진 이상 금융시장의 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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