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이임기자회견에서 “지난 날의 상처와 허물은 내가 다 끌어 안고 가겠다”고 했다. 정계 입문 20여년 만에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 강 대표를 측근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강 대표는 “나 혼자 즐거워서 죄송하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강 대표는 3일 선출되는 차기대표에게 당기(黨旗)를 넘겨 주는 것으로 2년 간의 임기를 마친다. 부침이 많은 한국 정치사에서 대표가 임기를 온전히 채운 것도, 야당 대표로 임기를 시작해 집권여당 대표로 물러나는 것도 이례적이다.
강 대표는 자신의 말처럼 “할 도리를 다 한 대표”였다. 정권 창출과 총선 과반 의석 확보는 그의 가장 큰 공이다. 그는 심각한 당 분열 위기를 두 차례나 넘겼다.
지난 해 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았고, 올 총선 때는 불출마 선언을 해 공천 후폭풍을 상당 부분 잠재웠다. 외부 인사인 인명진 목사를 당 윤리위원장에 임명해 소속 의원들의 부정ㆍ부패를 엄단하는 등 정당개혁 부문에서도 소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에도 친이명박와 친박근혜계의 갈등을 다독이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한 것은 그의 허물로 남았다. 그는 총선 공천과 친박계 복당 문제 때문에 박 전 대표와 정면 충돌, 스스로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이 이런저런 내분으로 휘청거리는 사이 쇠고기 파동 등과 맞물려 당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다. 강 대표가 취임할 땐 50%대였다. 또 당 안팎엔 그의 리더십을 두고 “관리, 조정은 잘 했지만 그 이상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 대표는 “6개월에서 1년 동안 구름에 달 가듯 쉬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 근처에 개인사무실을 내고 8, 9월께 연구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그가 총리 등으로 복귀할 것이라 점친다.
물론 강 대표의 시간표는 2012년 대선에 맞추어져 있다. 그는 2012년 65세가 된다. 금배지도, 마땅한 세력도 없는 강 대표가 대선으로 가는 길은 험난할 것이다. 그에게 ‘시베리아의 겨울’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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