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에 올린 신문광고 관련 불매운동 글을 위법성이 있다며 삭제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인터넷에 개인을 비방한 글이 올랐는데도 방치한 포털사이트에 대해 명예훼손 부분을 손해배상하라는 재판부의 판결도 나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내용에 대해 법적이고 사회적인 제재를 하려는 움직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포털은 신문이나 방송보다 막강한 미디어이면서도 그동안 미디어로서 권리는 누리되 책임은 회피해왔다. 인터넷보다 훨씬 수익이 적은 신문사들도 기사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에 엄격하게 책임을 지고 그를 방지하기 위한 인력을 고용해온 반면 포털 사이트들은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글은 개인이 올린 것이니 책임도 개인에게만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차마 옮기기 흉한 욕설과 비방이 널려 다닌다. 포털은 분명 이런 것을 감시하고 제어해야 한다. 그럴 능력, 즉 개인이 올린 글을 점검할 인력을 고용할 재력도 충분하다.
개인 명예훼손은 안돼
그러나 개인이 올린 글을 어디까지 포털이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포털에게 책임을 지우게 된 배경이 바로 포털은 언론이라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개인(또는 법인)의 명예와 언론의 자유를 어느 선에서 합의할 것인가 하는 원칙은 포털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언론이라면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은 보장해주되 공익과 연관되면 개인의 잘못을 폭로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 특정 개인을 비방하면 안되지만 자유로운 의견소통은 장려해야 한다.
그런 관점으로 두 가지 사안을 보자면 재판부의 판결은 옳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판단은 성급해보인다.
재판부의 판결 대상은 개인의 명예훼손 문제이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글이 사적인 미니홈피에 올랐을 때는 언론의 책임 영역 밖이다. 미니홈피를 관리하는 당사자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글이 퍼올려져서 포털사이트의 현관(포털)에까지 등장했을 때는 포털을 관리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판부의 판결은 이런 관점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을 분명히 해준 것이라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런 대표적인 글 뿐 아니라 댓글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인신공격적인 글에 대해서도 이제 포털은 관리할 시점이 됐다.
자유로운 의견은 막지 말아야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 삼는 것은 의견표출과 소비자 운동의 맥락에 더 가깝다. 물론 특정 언론을 비방하는 글 가운데 사주 개인의 도덕성을 문제 삼거나 공적인 영역과 관련 없는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이 기업에 대해 있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말한다면 이것은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된 글은 이 신문의 논조에 반대하여 그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고 목록을 올린 것인데, 이는 없는 사실을 적은 것도 아니고, 이미 공개된 정보를 재가공해서 의견을 제시한 것 뿐이다. 만일 이 같은 의견마저 위법이라고 한다면 모든 소비자 운동에 대해 족쇄를 채워야 할 것이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포털사이트들을 채우던 수많은 인신공격성 댓글들은 전혀 제재하지 않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필이면 이번 건으로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신문기업 편을 드는 꼴이 우습다.
친정부적인 언론이나 반정부적인 언론이나 다 사명이 있다. 현재 친정부적인 언론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어떻게 행동해왔는가와는 별개로 현재의 언론자유를 추구할 권리를 인정한다. 그 신문사에 쓰레기를 던지고, 벽에 낙서를 하고, 현판을 훼손하는 일은 법으로 막아야 한다. 그 신문사의 기자가 안전하게 취재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친정부적인 신문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포털의 언론영역을 무너뜨리는 신문과 권력의 ‘담합’은 옳지 않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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