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회장 권혁남)는 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언론의 자유와 한계 긴급 대토론회’를 열고 최근 촛불시위 등과 관련한 언론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는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와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병동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신문광고 중단 소비자 운동’과 ‘온라인 규제의 쟁점’, ‘뉴스보도의 객관성 문제’ 등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하고, 언론계와 학계 인사, 정치인 등 10명이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의된 3가지 주제는 언론계 뿐 아니라 촛불 시위를 둘러싼 우리 사회 여론의 흐름과 각 집단별 논리와 주장 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석자들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광고불매운동의 적법성, 언론 편가르기 등에 대해 각각의 논리를 바탕으로 열띤 주장과 반박을 개진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언론의 신뢰도 하락으로 한국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사실보도의 실종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권혁남 언론학회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요즘 언론은 패를 지어서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도함으로써 국민을 혼동케 하는 주범”이라며 “해방직후 좌우 언론의 싸움을 보는 듯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도 “언론이 적절한 문제 지적과 공감대 있는 해결책 제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 신문과 방송, 기존 매체와 신규매체가 맞대결을 벌이면서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우병동 교수는 발제를 통해 사실 보도보다 주의ㆍ주장을 우선시 하는 한국언론의 ‘주창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 교수는 “요즘 한국언론은 밝게 타오르는 부분이나 가장 어두운 부분만 보여주고 이게 ‘촛불’이라고 독자나 시청자에게 말하고 있다”며 “촛불의 밝고 어두운 실체를 제대로 보여줘야만 현시국의 문제를 풀어낼 해결점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또 “언론사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실 보도를 우선시해야 하며 의견과 주장은 칼럼과 사설 등을 통해서만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도 “우리나라에선 경찰기자 마저 논객이 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 국내 언론은 사실 보도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창 저널리즘’의 횡행 우려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이재국 경향신문 기자는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졸속이라 규정하고 이에 맞는 팩트(Fact)를 찾아서 보도해 왔다”며 “보수와 진보 신문의 보도행태가 다르다고 주창 저널리즘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양극화 보도로 인한 한국언론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윤 통일민주당 의원은 “언론이 정치나 자본권력에 겁 먹지 말고 진실만을 보도하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정치권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특정 신문 광고주를 겨냥한 인터넷 게시물 위법 판단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쏟아졌다.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부회장은 “폭력적인 언어를 동반한 불매운동은 기업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며 “광고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진보적 매체에 광고를 주지 않는 부메랑 효과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터넷 저널리스트 김종배씨는 “국민은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기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며 “오보를 낸 언론사를 문 닫으라고 할 수 없듯이 인터넷 게시물 삭제와 카페 폐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한학수 MBC PD는 “언론중재와 관련 법원에서 심리 중인 내용을 검찰이 따로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 측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경 교수도 “ 방송내용에 하자가 있더라도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데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 발제문 요약
■ 우병동 경성대 신방과 교수“외눈 시각으로 ‘절반의 진실’만 전달분열·갈등의 원인 일정부분 언론 책임”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여론의 다양성이란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의견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때 무조건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좋다고 볼 수 만은 없다.
어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인식과 그에 따른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검토됨으로써 올바른 해결책이 모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민주적 문제 해결의 절차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일정 부분 언론에 의해 제공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은 일어난 일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으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의 관점과 시각에 따라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측면만 보여 줌으로써 절반의 진실(Half-truth)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 따른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 한가지 의견만 주장함으로써 조정과 합의의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각자 자신들의 입장과 소신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회의 공기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여론을 바르게 이끌고 가야 할 사회적 책무를 우선시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입장과 소신만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상대 측 의견과 주장도 존중해 주고 보도에 반영함으로써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일부 신문의 포털 특정카페 폐쇄요구 집합적 표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과 함께 대의정치체제가 무기력화 되고 있다. 시민 단체들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온라인 공중의 자기 조직화가 이뤄졌다. MBC 이 쇠고기 사태를 촉발했지만 이를 확산시킨 힘은 연대가 약한 네트워크에 있다.
이성보다 감성에 소구하는 감성공중은 과거 정치 참여행동과 전혀 다른 일종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과 저항적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치참여를 결합시키면서 사회여론 형성의 메커니즘도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정치행동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 규제에 대한 이슈도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공간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책임이 상충한다. 최근 동아와 조선, 중앙일보의 광고게재 중지운동에서도 기본권리와 권리침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합적 표현의 자유로서의 온라인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보장돼야 한다. 최근 일부 신문이 인터넷 포털업체에 특정 카페 폐쇄를 요구한 것은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위법성조각사유(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진실하다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하다고 믿을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됨)의 온라인상 유추 적용도 공론화해야 한다. 기존 언론보도와의 형평성 여부 등을 감안해야 한다.
■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특정 언론에 대한 광고중단 소비자운동 취재보도 자유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위"
민주 사회란 의견의 공개시장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진실이 추구된다고 가정한다. 진실 추구를 위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부정할 세력은 없다. 하지만 사회 제반 집단은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되기를 원하며, 그렇지 않다면 자기에게 불리한 미디어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각종 방법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그 중 대표적인 언론통제 사태가 1974년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다. 최근 광고 해약 사태로는 2005년 MBC 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에 관해 보도했을 때 일어났다.
PD수첩은 세계적 특종을 하고서도 광고 중단 압력을 받는 사례를 남겼다. 30여년 차이가 나는, 서로 다른 광고해약 사태를 다룬 이유는 언론사의 입장에서 취재보도 때문에 광고 해약과 같은 경제적 압력을 받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언론사의 입장에선 광고주에 대한 광고 중단 압력은 그 주체가 정부가 됐든 시민세력이 됐든 언론자유의 중요한 위협수단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취재보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함이 마땅하다.
특정 언론에 대한 광고 중단 캠페인은 그 매체가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지에 상관없이 사회적 해악에 관한 명백하며 현존하는 증거가 없이는 비윤리적이라고 평가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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