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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용외교에서 북을 추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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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용외교에서 북을 추월하자

입력
2008.07.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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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월 26일 마침내 핵신고서를 제출하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하였고, 뒤이어 북한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1차분의 남포 도착 등으로 북핵문제와 북미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토록 강조해온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있는데 오히려 초조한 모습이다. 북미 관계와 달리 남북 당국간 관계는 단절되어 있고, 북한은 옥수수 5만톤 지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상호주의를 표방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겠다던 임기 초 당당한 모습은 보기 어렵다.

북미는 가깝고 남북은 멀고

새 정부가 대외전략 기조로 창조적 실용주의를 제시하자 국민들은 방향 설정에 공감하면서 성과를 기대했으나, 기대는 곧 허물어졌다. 정부 부처 간 역할 분담은 실종되었고 통일부까지 대북 강경기조 경쟁에 나서자 북한은 민관분리 대남전략을 펼쳐 당국간 관계를 단절하였으며, 남한의 고립을 도모하면서 필요한 것은 미국에게서 취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하였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택한다면 자충수일 뿐이라고 낙관하면서 한미 간 신뢰회복과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정부의 제1소명을 경시하면서 쇠고기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하여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재협상 대신 추가협상을 관철시켜 국민 건강보다 미국 국익을 더 중시한다는 비난을 듣는 동시에 한국민의 반미 감정을 북돋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겨우 얻은 미 행정부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이로 인해 한미간 현안들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은 방한을 연기하였다.

정부의 대미 과공(過恭)은 물론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미 우호관계를 훼손한 셈이다. 재정 지출면에서도 F-15 21대 구입에 이어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구입 검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 처리, 평택기지 건설비 증액, MD 참여시 2조~10조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한편 북한 핵 신고서에는 핵무기가 빠져 있음에도 미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함께 식량을 50만톤이나 주면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서자 정부는 당혹스러웠다. 향후에도 북미 협상이 진전될 때는 북한이 남한을 무시하면서 미국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이고, 우리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국이 양해하면 북미관계는 계속 진전될 수 있다. 더구나 북미 협상이 파국에 이를 때는 우리가 졸지에 반북 대결 노선의 선봉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계산과 달리 미국 입장에서는 이이제이 정책으로 남북한 모두를 관리하는 것이므로 아쉬울 것이 없는 시나리오들이다. 정부 외교정책의 지난 넉 달간 성적이나 향후 전망 모두 실용적이라 보기 어렵다.

우리가 한미동맹에 치중하였지만 실익을 챙기지 못했고 제1교역국인 중국의 반발만 산 반면, 북한은 줄기차게 자국을 압박해온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실리를 거두고 있다. 미국이 주장해왔던 '선핵 폐기' 요구를 무산시키고 '동시행동'을 관철시켰으며, 우라늄 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문제를 분리함으로써 국가 위신을 지켰을 뿐 아니라, 핵무기를 떼어내 3단계 협상에서 또다시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어 정상국가로 복귀하고, 식량 50만톤과 중유 100만톤 상당의 에너지도 얻었다.

북의 실리외교를 잘 살펴야

더구나 미국 정부의 비용 부담으로 내부시설이 이미 불능화한 텅 빈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서방 언론이 이를 전세계에 방영토록 하여 금전적 이득을 얻으면서 전세계에 선의를 홍보하는 한편 부시 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 기조를 격려하여 돌이키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반발하는 의회 설득을 돕는 1석 4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북한이 내정에서는 경제의 비효율성과 독재로 비판 받고 있지만 외교에 관한 한 확실하게 실리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한을 추월하고 남ㆍ북ㆍ미 3각관계에서 조정자 역할을 회복하려면 더 이상 이념, 도덕, 과거로 자승자박하지 말고 외교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경제적 실리, 균형 잡힌 실용, 미래의 목표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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