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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침술 국제표준 확정'韓醫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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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침술 국제표준 확정'韓醫學의 힘'

입력
200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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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본부가 동양 전통의학의 주요 치료기술의 하나인 침술의 국제표준을 확정하고 이를 책으로 출판했다. 이 국제표준은 질병이나 증상에 따라 침을 놓는 부위인 경혈(經穴)의 위치를 통일했다는 점에서 침술의 표준화와 국제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현재 침술을 질병 치료수단으로 활용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전통의학자가 주축이 돼 서태평양 지역에서 나라별로 서로 다르게 시술되고 있는 경혈의 위치를 통일한 것은 각국이 같은 교육과 임상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는 3,000년 전통의 침구학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침술의 새 시대를 연 것이다.

특히 이번 표준화 작업은 지난 수십년간 중국인과 일본인이 차지했던 WHO 전통의학 자문관에 임명된 최승훈 경희대 교수 등 한국 한의학계 전문가들의 노력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 중의학 중심의 표준화 작업이 한국 중심으로 물길을 돌렸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국제적인 침구경혈 표준화 작업은 이미 중국에서 국가적 차원의 사업으로 먼저 시작됐다. 중국은 역사적 자존심을 내세워 침술의 종주국 행세를 하며 자국 중심의 표준화 작업을 상당히 진척한 시점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나라들은 국제 표준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다.

한국 학자들은 중국 관계자들을 수시로 설득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전통의학자들과 X선까지 활용해 경혈 위치를 재확인하는 등 여러 차례의 의견 조정을 거쳐 명실상부한 국제표준을 만들어 냈다. 이번 작업의 중심에 바로 한국의 한의학이 자리잡고 있음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사회의 침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침술은 세계적인 의료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나라별로 침을 놓는 위치와 방법에 차이가 있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번 국제표준 확정으로 침 치료가 질병 치료에 있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앞으로 임상적으로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세계 어디서든지 한국의 침 치료와 같은 방식의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국제적 쾌거와 달리 최근 침 치료 후 집단 염증 반응을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국민이 크게 실망했다. 질병관리본부까지 나서 침 제조사 등 감염 경로를 찾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의사협회도 진료 한의사와 한의원 조사에 나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침 치료를 세계화하는데 이같은 사고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수십만명의 환자가 침을 맞고 있으며 1만여명의 한의사가 침을 놓고 있지만 집단감염 사고는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대책 수립은 전 세계의 침 치료에 있어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가 해당 한의원의 부주의 때문이라면 전체 한의사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침 치료가 더 많은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체계화 및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이미 마지막 점을 찍는 시점에 와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한의학에 대해 온 국민의 따뜻한 사랑과 질책을 함께 기대한다.

김인범ㆍ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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