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현재 이끌어 줄 선장도 방향타도 없이 각 사가 독립적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수빈>
삼성의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 출범을 상징하는 삼성 사장단협의회 첫 회의가 2일 오전 8시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8층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전날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제품을 언급하며 감정에 복받쳐 울먹였던 ‘침통한 분위기’의 영향 탓이었다.
회의를 주재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과거의 위기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기획실의 가이드로 그룹 전체가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게 됐고,따라서 사장단이 새로운 각오와 책임감으로 한층 더 노력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상황을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 ▦10년, 2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지 하는 ‘미래먹거리의 위기’ ▦특검으로 그룹의 대내ㆍ외 이미지가 상처를 입은 데 따른‘브랜드의 위기’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계열사 사장은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삼성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소유경영의 강점인 빠르고 결단력 있는 사업 선정과 투자 결정을 이어가려면 특단의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특검이 실시된 지난해 10월 이후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실기가 발생하는 등 경영차질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계열사 독립경영이 단기 실적주의로 흘러 근시안 경영풍조가 조성되고, 전략기획실 해체로 그룹 내 지식과 기술의 공유체제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운영방안 토론 등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삼성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사장단협의회가 주축이 돼 능동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자는 의기투합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장단은 협의회의 성격을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공통의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기구”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사업이나 특정 현안을 결정하는‘의사결정기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협의회를 격주로 열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복합적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사장단이 자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처럼 매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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