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시끄럽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적 자세를 문제삼고 있고, 개신교계는 한 TV 프로그램이 종교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고 발끈하고 있다.
1일 서울 조계사 안팎에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여러 장 내걸렸다. 조계종 총무원 청사 입구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이명박 정부는 기독교공화국?”이라는 내용의 대형 걸개그림이, 조계사 일주문 옆 등에는 “이명박 지도에는 교회밖에 없나? 종교편향 중단하라”는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국토해양부 지리정보시스템에서의 사찰 삭제, 경찰청장의 전국경찰복음화대성회 홍보, 경기여고의 불교유물 훼손, 청와대 경호처 차장의 ‘정부복음화의 꿈’ 발언 등 최근 불거진 정부 공직자들과 공공기관 관계자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목소리다. 조계종은 곧 전국 교구본사와 말사 들에도 규탄 현수막을 걸 예정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대한불교청년회 등 10여 개 불교단체들은 3일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종교편향 종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불교연석회의는 종교편향 현안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정부의 종교편향 동향 감시, 예방 등의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불교계의 반발은 1일 한승수 총리가 시국법회 중단을 요청하러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을 정도로 거세다.
불교계가 들고나선 것은 역대 정권들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에다 이번에 ‘장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종교편향 행위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지범 종교평화위원회 집행위원은 “이번 정부의 종교편향은 역대 정부에 비해 아주 노골적”이라면서 “중세시대의 신정(神政)정치와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직무상 종교형평성 유지’를 국가공무원법이나 총리 훈령 등으로 법제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SBS TV가 방영에 나선 4부작 ‘신의 길 인간의 길’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동정녀 탄생, 이적, 부활 등 기독교에서 핵심으로 여기는 예수 이야기가 중ㆍ근동 국가들에서 떠돌던 신화를 재구성한 것이라는 프로그램 내용이 예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이미 방영에 앞서 공문 등을 통해 방영 중단을 요청했으나 SBS가 방영을 강행하자 4일 임원회의를 열어 앞으로 방영될 후속물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마련키로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예수를 신화적인 존재로 몰아가는 것은 기독교의 가장 근본을 뒤흔드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SBS의 방송태도를 불쾌히 여기고 향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 관계자는 “방송 내용은 기독교적 배경이 없거나, 기독교 신자라도 신학적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예수 이야기가 팩트가 아니라 신화라는 인상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학문과 신앙은 다른 것인데 방송 내용이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촛불시위가 광우병 쇠고기 반대에서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국상황에서 방송 내용이 낳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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