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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회한 안고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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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회한 안고 미국으로…

입력
200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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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황을 보면 지난해 대선에서의 실패가 저만의 실패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줘 이런 지경을 만들었으니)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이 대통령은 불행으로 치닫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삼길 바란다.”

지난해 대선과 올 4월 총선에서 잇따라 패한 뒤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현시국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사를 남긴 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저녁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대선 당시 취재했던 기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현시국에 대해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국민은 위대하다고 느꼈고 존경심과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서 “위대하고 두려운 국민의 창조력을 뽑아내는 게 훌륭한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대개 기회다. 정부가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윈ㆍ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그러면 세계가 한국을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미 듀크대와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초청교수 자격으로 1년여 간 머물 예정이다. 그는 귀국 시점에 대해 “물 흐르는 대로 하려 한다”며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내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보겠다. 13년 간 후보로 선거에 나온 게 9번이다. 기를 보충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자신의 관심 분야가 남북 관계임을 상기시킨 뒤 현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왜 왕따를 자초하느냐”“중국의 중조일치(中朝一致) 전략을 주목해야 한다”“비핵ㆍ개방3000은 큰 틀의 그림이나 전략이 아닌 사업계획” 등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이던 2006년 5ㆍ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독일로 떠났지만 다가오는 대선 정국을 배경으로 두 달여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현실정치에서 동력이 거의 떨어진 그가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핵심측근은 “정동영 본인도 모른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미국이 왜 변화를 표방한 버락 오바마에게 열광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미 대선 전당대회에도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 3년 내 한반도 주변에서 지각 변동이 올 것”이라는 말도 계속했다. 미국의 변화를 체험하고 한반도 정세 급변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으로 들린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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