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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 설교집 '그날이 오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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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 설교집 '그날이 오면' 발간

입력
200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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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이 화두를 들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으로 성서를 대해야 합니다.”

개신교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비평해온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정용섭(55) 목사가 설교집 <그날이 오면> (다비아책 발행)을 냈다. 지난 5~6년간 김진홍 윤석전 이수용 조용기 하용조 장경동 곽선희 김삼환 오정현 옥한흠 조헌정 등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비평하면서 ‘설교비평’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정 목사가 자신의 설교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설교는 약을 파는 게 아닙니다. 설교는 이미 되어진 어떤 것을 포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설교집은 정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경북 경산시 샘터교회에서 2006년 12월부터 1년 동안 교회력에 따라 한 주일예배 설교 52편을 묶은 것이다. 성서를 바라보는 진지함과 바람직한 설교에 대한 관심이 구석구석에 배어있다.

정 목사는 한국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가 너무 청중에만 관심을 맞추고 있으며 이제는 성서 텍스트와의 만남으로 근본적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목사로부터 구수한 이야기나 특별한 예화를 듣고 나서 은혜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포퓰리즘에 물든 것입니다. 요즘 대중 설교자들이 무의식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청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설교는 아편과도 같습니다.”

정 목사는 입담이 좋은 많은 목사들이 성서 텍스트는 변죽만 울린 채 던져두고 오빠부대처럼 청중들의 종교적 관심, 감수성을 고조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자연적 본성이지만 그런 욕망을 적당하게 충족시키는 설교는 ‘종교적 상품’일 뿐입니다. 종교는 그런 욕망에 영합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으로 산다’고 한 것처럼 가난하더라도 진리에 연결되고 생명을 포용하는 문화형식이 종교입니다.”

정 목사는 특히 한국 교회가 미국 교회의 천박한 실용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이나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 같은 책을 한국 신자들이 좋아합니다만 이 책들은 미국 중산층 백인을 대상으로 시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분단체제에 사는 한국인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삶을 긍정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거나, 긍정적 사고방식과 하나님의 목적에 따르는 삶을 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은 신앙도 아니고 자기최면에 불과합니다. 일종의 능력개발 프로그램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책을 목사들이 권하는 것은 코미디입니다.” 정 목사는 목사들의 설교가 이렇게 된 것은 개교회주의로 목사들이 경쟁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한국교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 목사는 교회 내에서도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목사들도 공부를 안 하고, 또 공부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많은 목사들이 기독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교리)만 알고 라이센스를 따 목회현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그 속내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속내, 즉 영적인 측면이 달이라면 교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할 뿐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달을 볼 수 없습니다.”

정 목사는 그동안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 <설교의 절망과 희망> (대한기독교서회 발행) 등 설교비평서 3권을 냈다. “상당한 반향이 있어서 설교비평이 공허한 외침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의 설교를 통해 젊은 설교자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보고 싶었습니다.”

정 목사는 마지막으로 철학, 역사, 문학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 성서 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구체적 역사 안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역사비평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자들이 조금 힘들더라도 그렇게 성서를 읽어야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조금만 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 목사는 이 시대의 교회 지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기독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100년 뒤 한국 기독교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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