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명수 칼럼] 가장 절박한 이슈는 '절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명수 칼럼] 가장 절박한 이슈는 '절약'

입력
2008.07.03 00:19
0 0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다. 1년 전 배럴 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140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 2년 내에 배럴 당 2백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 이상이 되면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시무시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반(反)정부 시위로 확산되면서 국력이 소진되고, 국회는 개원조차 못 하고, 근로자들은 파업중이다. 폭풍으로 흔들리는 배위에서 저마다 다른 구호를 외치며 발을 구르는 통제불능의 상태다.

고유가 속 과도한 냉방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상을 근본부터 바꾸지 않고는 살아 남기 힘든 세상이 왔는데, 그런 절박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소비 절약이나 에너지 절약은 과연 진부한 구호일까. 그러나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는 ‘광우병’이 아니라 ‘소비 절약’이다.

얼마 전 서울 중심가의 한 회의장에서 세미나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추위와 싸워야 했다. 건물 전체가 중앙냉방식이어서 회의장만 따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세시간 정도 강연과 토론을 들었던 나는 그 후 온 몸이 아파서 일주일 이상 고생을 했다. 냉방병 증세였던 것 같다.

그날 세미나는 에너지 소비와 온난화 현상에 관한 것이었다. 기름을 사용하여 세계 경제가 발전하는 동안 온실가스 축적으로 전대미문의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토론이 이어졌다. 그 열띤 토론이 과도한 냉방의 고통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류 건물 호텔 식당 등은 여름옷으로는 견디기 힘들만큼 심한 냉방을 하고 있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들은 부분 별로 온도 조절이 안돼 다 같이 떨어야 한다. 겨울철 난방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주민들은 대개 짧은 소매 옷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최근에 건축한 아파트가 아니면 가구별 장소 별로 온도조절을 할 수 없다.

에너지 절약 뿐 아니라 물자 절약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급하다. 물자가 귀한 시대를 살았던 나이 든 사람들은 자녀와 손자녀 세대의 물자낭비에 충격을 받고 있다. “우리는 휴지를 반으로 잘라서 쓰고 있는데 손자들이 왔다 가면 쓰레기통에 버린 휴지가 가득하다. 휴지를 많이 쓰면 나무를 많이 자르게 된다고 가르쳐도 안 듣는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많다. “아이들이 목욕하면서 더운 물을 펑펑 쓰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는 어머니도 있다.

미국에서 번지는 ‘무소유’ 운동에 관해 읽은 적이 있다. “당신이 소유한 모든 것이 당신을 소유한다”는 사상으로 단순검소하고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운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값비싼 보석 등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연 속에서 간소한 삶을 즐기는 이 운동은 그 동안의 과소비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왕실이 버킹엄 궁전의 전구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등 정부와 국민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과소비ㆍ 과소유에서 해방돼야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지난 6개월간 57억1,0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는데 유가 폭등이 가장 큰 요인이었고, 원유 한 품목의 수입액이 전체의 20%나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3의 오일 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촛불 시위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수준의 소비를 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지금 가장 뜨겁고 절박한 이슈는 과소비와 과소유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 이슈를 활성화하면서 국민의 저력과 대통령의 리더십이 되살아 나기를 기대한다.

장명수 본사 고문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