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2008 유럽축구선수권(이하 유로 2008)이 지난달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늘 희비가 엇갈리는 법이다. 그러나 유로 2008에서는 그 부침의 정도가 너무나 극명했다. 유로 2008에서 극명한 희비 쌍곡선을 그렸던 ‘엇갈린 운명’들을 정리했다.
너희들 리그 득점왕 맞아?
유로 2008에서 각 리그 2007~08 시즌 득점왕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싹쓸이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 골에 그쳤다. ‘유럽 축구 황제’ 등극이 기대됐지만 유로 2004(2골)만도 못한 성적을 남겼다. 호날두는 UEFA가 선정한 ‘올스타팀(23명)’에도 선정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루카 토니(바이에른 뮌헨)와 이탈리아 세리에 A 득점왕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이상 이탈리아ㆍ유벤투스), 프랑스 르샹피오나 득점왕 카림 벤제마(프랑스ㆍ올림피크 리옹)은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다비드 구이사(스페인ㆍ마요르카)는 ‘조커’로 투입돼 두 골을 기록하는 결정력을 과시, 빅리그 스카우트의 집중 타깃으로 떠오르며 ‘득점왕’의 이름값을 해냈다.
극복한 징크스, 극복 못한 징크스
스페인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는 4전5기에 성공하며 앙리 들로네컵을 들고 포효했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축구 잔혹사’의 산 증인에 다름 아니다. 2000년 스페인 대표팀에 처음 뽑힌 그는 유로 2000, 2002 한일 월드컵, 유로 2004, 2006 독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2년 주기로 국제 대회에서 상처를 받은 끝에 마침내 ‘고진감래’를 실현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독일 전차군단의 야전 사령관 미하엘 발라크(바이에른 뮌헨)는 6년 만에 ‘쿼드러플 러너업(4개 대회 준우승)’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지난 2002년 독일 분데스리가, 독일리그컵, UEFA 챔피언스리그, 월드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발라크는 올해 잉글랜드 리그컵(칼링컵)을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 2008에서 차례로 준우승에 머무르며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를 확인해야 했다.
나이는 괜히 먹은 게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소장파 감독들이 ‘백전노장’의 경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쓸쓸한 퇴임을 맞았다.
AC 밀란에서 한솥밥을 먹어 절친한 사이인 마르코 판바스턴(44) 네덜란드 감독과 로베르토 도나도니 이탈리아 감독은 8강전에서 나란히 ‘노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판바스턴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3으로 패하며 시달리기 시작한 도나도니 감독은 8강전에서 루이스 아라고네스(70) 감독의 스페인에 진 후 여론의 성토에 못 이겨 지휘봉을 반납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판바스턴 감독은 노회한 거스 히딩크(62)의 러시아에 1-3으로 무너지며 씁쓸한 고별 무대를 맞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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