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전의 무대가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후보로 각각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무역, 안보 정책 등에서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앞 다퉈 해외 순방에 나서고 있다. 11월 4일 미 대선을 불과 4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이 외국 방문이라는 간접적 방식을 통해 미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오바마 의원은 이달 중순 유럽과 중동지역을 순방할 계획이다. 보안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오바마 의원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독일, 프랑스, 영국을 방문하는데 이어 미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오바마 의원의 이라크ㆍ아프간 방문은 안보 문제에서의 취약함을 보완, 매케인 의원의 ‘외교ㆍ안보 능력 미숙’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의원은 이라크 등에서 미군 장병들과 함께 하는 모습 등을 통해 미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의원은 그 동안 이라크를 8번이나 방문한 매케인 의원측으로부터 “오바마 의원의 이라크 방문은 2006년 미 의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단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인데, 이는 이라크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를 함께 방문하자고 제의하기도 했으나 오바마 의원은 ‘정치적 쇼’라며 거부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번 순방을 통해 유럽에서 일고 있는 자신에 대한 지지 열기를 미 유권자들이 직접 확인토록 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이나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맞서 매케인 의원은 1일부터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잇따라 방문, 자유무역에 대한 옹호 입장을 거듭 천명할 예정이다. 매케인 의원은 의회가 콜롬비아 및 한국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시급히 비준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주장해온 오바마 의원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매케인 의원은 이미 지난달 20일 캐나다를 방문, “무역을 증진시켜온 협정을 일방적으로 재협상하자거나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보호주의의 장벽 뒤로 후퇴하자는 것”이라며 오바마 의원의 NAFTA 재협상론을 공격했다. 매케인 의원의 이번 콜롬비아ㆍ멕시코 순방에는 미국 내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매케인 의원측은 자유무역 옹호가 백인 근로계층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전통적인 공화당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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