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여경 창설 62주년’기념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13층 대청마루에서는 즉석 미니 콘서트가 펼쳐졌다.
정복을 입은 한 여경이 “제가 나약해지거나 힘들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주요 간부와 각 분야를 대표하는 100여명의 여경들은 숨을 죽인 채 노래에 빨려 드는 표정이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관객 사이에서 ‘앵콜’이 터져 나왔고 가수는 곧바로 나훈아의 ‘내 삶을 눈물로 채워줘’를 불렀다. 앵콜까지 마친 가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노래 2곡으로 관객을 압도한 가수는 다름아닌 이날‘으뜸 여경대상’을 받은 경남 김해경찰서 이경민(31ㆍ여) 경사. 이 경사는 2년 동안 성폭력 사범만 203명을 검거해 43명을 구속한 공로 등을 인정 받아 이날 영예의 대상을 받고 1계급 특진했다.
2000년 12월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김해경찰서 형사과로 발령 받은 이후 줄곧 강력 사건의 현장을 누비며 ‘성 폭력범 킬러’로 활약했다. 검도와 유도가 각 1단. 2006년 경남청 사격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다재 다능하다. 게다가 이 경사는 2005년 경남청 소속 경관들과 함께 록밴드 ‘G-Police 밴드’를 만들어 리드 싱어로 활약하고 있다.
주변에서 여 형사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타고난 경찰이라는 말을 듣지만 이 경사의 원래 꿈은 화학 교사였다. 그는 “대학 때 화학을 전공했는데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 교사를 꿈꿨다”면서 “하지만 30년 동안 경찰에 몸 담았던 아버지가 경찰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두 말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2006년 3월 김해서 강력팀 내에 신설된 ‘성폭력 전담반’으로 소속을 옮겨 아동 성 추행, 연쇄 강도 성폭행 등을 잇따라 해결했다.
“경찰의 꽃이 바로 수사와 형사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강력팀 근무라고 해 무섭다는 생각은 들기 보다 오히려 이곳에서 여경이 장점을 갖는 부분이 많아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2006년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서울, 부산 등지에서 다른 고등학생을 상대로 강도 짓을 하다 붙잡은 한 가출 청소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처음에는 무섭게 대들더니 어느 순간부터 누나, 누나하면서 열심히 살겠다고 말해 가슴이 뭉클했다”고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이 경사는 “여경들이 수사나 형사 업무에 매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여경이 수사 업무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부분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이 경사를 포함해 5명의 여경이 특진했다. 또 청소년과 문맹자를 대상으로 야학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경북 구미경찰서 도량지구대 박주현 순경은 여경 재향경우회가 수여하는 봉사대상을 받았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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