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언론을 보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세계각국의 경제지표가 말이 아니라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간 자산가격의 상승 폭이 컸던 어느 국가는 외환위기가 언급되고, 지난 수 년간 장미빛이던 각 증권사의 시황들에서도 조금씩 비관적 전망이 보인다.
과연 하반기에는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와 통화정책당국의 동향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 분위기이다.
필자와 같은 처지의 증권인들은 2004년 이후 우리나라 시장의 대세상승을 곧잘 1980년대 초반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과 자주 비교하곤 한다.
시중 금리의 급격한 하락과 유동성의 증가,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는 ‘베이비부머’의 등장, 각종 공적ㆍ사적연금의 발전 등 현재의 우리나라 금융시장환경과 1980년대 초반 미국 금융시장의 환경은 그만큼 닮은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8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각종 연기금과 뮤추얼펀드 산업의 혁명적인 발전에 의해 20년간 S&P500지수 기준 12배가 상승하는 대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대세상승 과정에서도 미국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었던 연평균 수익률은 13%내외다. 즉 모든 조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시기에도 주식시장에 투자해서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10%대 초반이었던 것이다.
반면 2004년 이후 우리나라 시장을 보면 불과 4년 만에 종합주가지수는 800포인트대에서 1,900포인트까지 2배 이상 상승했다. 복리기준으로 연평균 수익률이 연 20%를 상회한 셈이다.
미국 시장이 랠리를 펼친 20년 동안 4년 수익률이 100%를 지속적으로 상회했던 시기는 소위 ‘IT버블’로 모든 투자자가 주식에 미쳤던 97년 이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등 신흥국가와 같이 엄청나게 기대할 만한 내수 성장 모멘텀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해외경기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장기상승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논리는 ‘베이비부머의 가계자산 재배분’일 것이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경제성장이 견인하는 증시가 아니라면야, 주식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장기수익률은 미국의 사례를 봐도 연 10% 초반이 합리적이다. 2004~2007년의 시장 상승기의 시각과 성과만을 내세우며, 아직도 성장형에 편중된 투자를 권하는 논리가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 4년간 세계 주식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던 ‘유동성 팽창과 브레이크 없는 신흥국가의 경제성장’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우치고 있다.
그렇다고 세계경제가 70년대와 같은 장기침체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며, 건전한 조정이 진행된 이후에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엿볼 것이다. 지금의 조정국면이 지난 후에는 우리나라의 가계들이 단기투자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장기수익률에 근거해 투자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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