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 대출자들의 영원한 고민이다. 특히 요즘처럼 시중 금리가 치솟을 때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답은 없다. 미래의 금리 흐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매번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으면 고정대출을, 내릴 것 같으면 변동대출을 택하라”는 원론적 답변만 되뇌기 일쑤다. 미래를 알 수 없다면 과거는 어땠을까. 대출 형태별 부담을 비교해 봤다.
대출 시기별로 희비 엇갈려
대형 시중은행 한 곳과 주택금융공사에 의뢰해 대출 기간과 형태별로 원리금 상환액을 산출했다. 사례는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5억원 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 받은 경우.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 시중은행 변동금리대출은 거치기간 없이 10년 만기로,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10년 만기로 상정했다. 또 시중은행의 고정금리대출은 3년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로 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대출자들이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가산금리(변동 1.5%포인트, 고정 1.2%포인트)를 기준 삼았다.
결과는 대출을 받은 시기에 따라 엇갈렸다. A씨가 보금자리론이 처음 출시된 2004년 3월 변동금리대출을 받았다면, 보금자리론을 빌렸을 당시보다 올 6월 말 현재 200만원 가량 원리금을 덜 내게 된다. 반면, 보금자리론 금리수준이 5%대로 낮아졌던 2005년과 2006년 후반~2007년 초반 보금자리론을 받았다면, 각각 같은 시기에 시중은행 변동대출을 받았을 때보다 수십 만원 정도 부담이 덜했다.
2005년 초 시중은행에 만기 3년짜리 고정금리대출 상품이 나온 이래, 고정대출의 원리금 부담은 다른 대출보다 대체로 높았다. 하지만 2006년 9월 고정대출을 받았다면 같은 시기 시중은행의 변동대출을 받은 것에 비해 지금까지 원리금을 덜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흐름을 읽어라
현명한 대출상품 선택에는 무엇보다 정확한 미래 금리예측이 요구된다.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연관 변수를 토대로 큰 흐름은 짚어볼 수 있다.
실제 시중은행 변동금리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4년 11월 3.3%대로 바닥을 찍은 이후, 올해 1월 5.88%까지 꾸준히 올랐다. 그만큼 고정대출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2004년께 ‘앞으로 CD금리는 지금 수준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꼴이다.
최근 금리는 급상승세다. 고정대출의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5.5%대에서 두 달 만에 6.5%대로 1%포인트나 급등, 가산금리를 더한 일부 은행의 고정대출 금리가 9%를 넘어섰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은행채 금리는 물가와 경기 흐름, 은행들의 여수신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이런 변수가 급속히 악화하는 만큼 당분간 오름세는 둔화하겠지만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CD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동결 중이어서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역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자 몇 푼에 연연하지 말라
한 푼이라도 덜 내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이자가 아까울 수 있지만, 이자보다 큰 무형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즉, 개인마다 소득 수준이 다르고 미래에 예상되는 수입의 정도도 다른 만큼, ‘어느 대출이 이자가 싸냐’보다는 ‘내게 맞는 대출이 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 팀장은 “요즘은 금리상한 대출 등 다양한 옵션상품이 많은 만큼 거치기간 설정, 만기 선택 등 최대한 자기 조건에 맞는 대출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상환과 적금ㆍ펀드 투자 등을 병행하는 장기적인 재테크 차원이라면 다소 이자 수준이 높더라도 지출 규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고정대출이 낫고, 일시적 자금사정으로 대출은 받았지만 조기 상환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이자를 조금이라도 덜 내는 대출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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