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신규 공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설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분양을 대거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분양을 연기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 ▦이르면 이 달부터 도입되는 ‘단품 슬라이딩제’(원자재값 급등 품목을 기본형 건축비에 즉시 반영해주는 제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및 사업주체간 갈등 ▦미분양 증가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전략이거나, 미분양이 쌓이는 현실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풍림산업은 강원 원주시 태장동과 인천 서구 오류동, 충남 당진에서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을 각각 7월 이후로 연기했다.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단품 슬라이딩제를 적용 받기 위해서다.
금호건설과 코오롱건설이 경기 평택시 장안동에서 공동 시공하는 ‘북시티’ 1,800여 가구도 당초 6월로 잡혔던 분양 일정을 7월로 늦췄다. 호반건설도 당초 6월 중 경기 평택에서 1,035가구를 공급하려던 계획을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단품 슬라이딩제가 도입되면 원자재값 상승분을 분양가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데다, 9월부터는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상위업체로 평가 받을 경우 가산비를 추가 인정 받을 수 있어 가급적 이들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공급 일정을 늦춘 것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가산비를 추가로 인정 받아 분양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주상복합의 경우 정부가 9월부터 가산비를 분양가에 반영할 방침이어서 요즘 신규 주상복합 단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용지부담금에 발목이 잡힌 현장도 상당수다.
한라건설은 대전 서남부신도시에서 752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분양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춰져 애를 태우고 있다. 관할 교육청이 학교용지부담금이 확보될 때까지 분양승인 연기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시와 교육청이 학교용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분양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분양이 늦어지면서 설계, 감리비, 모델하우스 건립비 등에 들어간 금융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울트라건설이 수원 광교신도시에 공급할 ‘참누리’ 아파트도 사업계획승인에 학교용지 확보 대책이 없어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사업보류 통보를 받았다. 우남건설이 이 달 중순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할 아파트(1,200여 가구)의 분양승인 여부도 불투명하다. 관할 교육청은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공사에 학교용지 비용을 떠넘기고 있으나, 토공은 “개발이익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갈수록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침체된 시장 분위기도 신규 분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영은 연내 충북 청주에서 ‘지웰시티’ 2차분 1,7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1차분 미분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화건설도 지난해 11월 충남 천안시 청수지구에서 분양승인을 받았지만, 천안 일대에 미분양이 늘어나자 분양 시기를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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