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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념'과 '이익'의 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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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념'과 '이익'의 유착

입력
2008.07.0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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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명분 중독증’에 걸린 ‘이념과잉’ 사회다. 한국은 명분이나 이념이라는 공적 가치를 소집단에 대한 충성심과 사적 이해관계로 대치하는 ‘각개약진 공화국’이다. 이 두 진술은 상호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자신이 내세우는 명분과 이념에 대해 조금만 신축성을 보이면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편의 명분과 이념을 갖고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물론 타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명분ㆍ이념에 자신의 사적 이익을 다 걸었기 때문이다.

소통ㆍ타협 배척의 주요인

그렇다고 해서 명분ㆍ이념이 순전히 빈 껍데기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많지만, 명분ㆍ이념이 진실한 신념이라는 걸 의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자신의 명분ㆍ이념이 승리할 때에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데에 있다. 그 관계를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명분ㆍ이념이 진실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것이라면 소통과 타협을 배척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명분ㆍ이념은 사적 이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명분ㆍ이념이 곧 절대적인 목표가 된다. ‘명분중독’과 ‘이념과잉’이 나타나는 이유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며, 정도의 차이일 뿐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외면할 게 아니라, 그 사회적 중요성에 주목해 우리의 문제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적 이익은 넓은 개념이다. 자신이 주도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인정욕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주연 강박증’은 ‘이념’의 영역인가, ‘인격’의 영역인가? ‘인격’으로 보더라도, 그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정욕망이 강한 사람이 사교술은 물론 헌신성도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말하는 공적 영역은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다. 우리는 평소 ‘국회의원 모독’에 익숙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모두 다 자기 동네에선 탁월한 리더십을 행사했던 사람들이다. 인격의 사적 영역 중심으로 말하자면, 대부분 훌륭한 인격자들이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들은 욕을 먹는가? 이념 때문인가, 인격 때문인가? 욕을 먹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인 기회주의는 이념인가, 인격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무리수를 저지르는 탐욕은 이념인가, 인격인가? 이런 질문은 사적 영역을 몰수해 버리고, 이념을 인격으로 간주하는 것인가? 기회주의와 탐욕이 시대정신이 되면, 그걸 개인의 인격 문제로 돌리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더 하거나 덜 한 개인차는 존재하며, 그걸 따지는 게 무의미한 건 아니다.

학구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보통 개념 정의를 먼저 내리고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는데, 세상사를 논하는 데엔 그게 꼭 좋은 방법은 아니다. 누군가의 인격을 공론장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일은 어차피 없을 터인즉, 인격의 정의는 각자 스스로 내리면 된다.

이념에 인격이 치여서야

‘이념’도 좋고 여러 장점이 있기는 한데, 다른 큰 문제점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화만 내면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기 절제를 못하는 사람, 아랫사람을 잔인하게 다루는 사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 등을 대할 때에 누구건 ‘이념’과 ‘인격’ 사이에서 고민해 보지 않을까?

비상한 상황에선 ‘이념’ 위주로 판단하는 게 불가피한 점이 있겠지만, 그런 세월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그게 문화로 자리잡아 비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격’을 사소하게 여기게 된다. 이런 통념을 재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고종석 논설위원이 6월 26일자에 쓴 <인격이 사교술이 아니라면>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고 해본 생각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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