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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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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입력
2008.07.0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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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상인 이모씨/ "5共때도 없던 긴 시위… 먹고살기 빠듯"

“집 사람이 3년 전 위암에 걸려 투병 중인데, 매일 도로를 막고 시위를 하는 통에 장사가 안 돼 정말 죽을 맛입니다.” 세종로 사거리 인근 가판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제발 거리시위는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30년간 이 곳에서 구두 수선을 했지만, 이번처럼 오래 시위가 이어진 적은 5공 때도 없었다”며 “굳이 집회를 계속하려거든 제발 시청앞 서울광장 안에서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 후 거리시위가 시작된 5월말 이후 이씨는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오후 10시에 문을 닫았지만 요즘은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가 시작되면 장사는 물론이고 버스마저 끊겨 집에 가기 위해 서대문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 10시까지 일해도 하루 5만원도 벌기 힘든데, 요즘은 3만원도 벌지 못한다”며 “아내 약값을 내고 나면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영업시간이 짧아진 대신 청소시간은 그만큼 늘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시위대가 버리고 간 쓰레기는 물론이고, 가게 옆 전봇대에 소변을 얼마나 봤는지 매일 아침마다 2시간씩 물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유리창이 깨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억지로 위로한다”고 밝혔다.

다른 가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요즘 같아서는 굶어 죽을 판’이라는 이야기 뿐”이라며 “경찰은 작전이니 이해하라고 하고, 시위대에게는 보복이 두려워 말도 꺼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장사하는 소상인들이 이제는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읍소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 의료봉사중 폭행당한 정필승씨/ 전경 치료하다 곤봉맞아 "과잉진압 문제"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의 폭력은 어떤 미사여구를 쓰더라도 정당화 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자정 무렵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다친 전경을 치료하다 진압에 나선 전경들에게 곤봉과 방패 등으로 폭행을 당한 경기 안산시 A병원 정필승(33) 원장. 그는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은 듯 당시 상황을 얘기하며 주먹을 움켜쥐기도 했다.

정 원장은 경찰 폭행으로 뇌가 붓고 목뼈에 염증이 생기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경찰 폭행으로 부상을 당했으니 국가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 원장은 “의료봉사라는 표시를 목에 걸고 있었기 때문에 시위대가 아닌 의사인줄 뻔히 알았을텐데도 무차별 폭행했다”며 “그렇게 때려놓고 5분도 안돼 치료해 달라고 찾아온 전경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자신도 온몸이 욱신거리고 어지러웠지만, 다친 전경을 응급 조치하고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정 원장은 경찰의 강경대응이 촛불집회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는 시민들이 먼저 폭력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본 바로는 경찰들이 먼저 물건을 던지고 폭력을 사용했다”며 “전경을 끌어내 폭행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시민은 정당방위를 위해 몸싸움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경찰 대응이 더욱 거칠어지면서 방패와 곤봉에 맞아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정말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민들도 평화 기조를 유지해야 하고, 경찰도 절대 평화적 집회를 무력으로 해산해서는 안된다”며 “촛불집회가 원래대로 폭력성이 배제된 평화 집회의 성격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부상당한 전경 이모씨/ "병역의무 이행이 왜 공공의 적이냐"

"시위대는 '왜 부모, 형제 같은 사람을 때리고 진압하느냐'고 하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를 아들이나 동생처럼 여기지 않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위대에 맞아 가락동 경찰병원에 입원한 서울기동대 소속 이모(23) 상경. 왼팔을 깁스로 고정하고 온 몸이 멍투성이인 이 상경은 "쇠파이프를 막으려다 왼팔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고, 쓰러진 뒤에는 시위대 수십 명에게 밟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 뿐인데, 시위대는 우리를 '공공의 적'으로 여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주말 촛불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병원에 입원한 전ㆍ의경은 1일 현재 총 39명. 병원 관계자는 "5층 전ㆍ의경 전용 입원실이 모자라 일부는 일반병동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입원한 전ㆍ의경들은 "집회 성격이 변질된 촛불집회는 더 이상 시민의 평화적 축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경찰청 기동1중대 소속 김모(22) 일경은 "몇몇 사람이 과격하게 행동하면 대중심리가 작용하는지 모두들 폭도가 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먼저 폭력시위를 유도한 뒤 과잉진압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뒤통수를 맞아 기절한 뒤 실려온 남모(22) 상경은 "시위대는 도로 점거와 청와대 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그것을 막는 전경 버스와 우리들을 공격한다"며 "경찰이 먼저 자극하고 공격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들 입원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어머니(46)는 "정부도 시위대도 다 싫다. 빨리 촛불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며 누워있는 아들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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