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새 조타수로 맞은 유럽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강한 유럽’을 모토로 내세운 사르코지 대통령이 1일 6개월간 유럽연합(EU) 순회의장직에 오르면서 대서양 양안에 불어 닥칠 변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치ㆍ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안보우산에서 독립하고, 역내에서는 안정과 분배라는 전통적인 유럽 경제관을 미국식 성장 모델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강한 유럽의 필요조건이다.
그가 이날 취임 일성으로 “세계화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인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지난달 30일 프랑스 TV와 1시간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도 “‘보호’라는 말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유럽인의 일상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을 어떤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좌충우돌식 성격과 프랑스 특유의 민족주의 성향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인플레이션 위기, 리스본 조약 부결 등 EU의 정치ㆍ경제 상황이 최악인 상황이어서 자칫 그의 혁신적 실험은 독선과 아집에 따른 EU의 분열상만 노출하는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농업보조금 철폐문제,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등은 EU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여서 자칫 유럽이 경제정책의 기조를 놓고 극심한 논쟁에 휘말릴 소지도 많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농업보조금 철폐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영국 출신의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또다시 비난하며 “그가 농업보조금 철폐를 밀어붙일 경우 유럽의 농업생산량이 20% 가량 떨어지고 일자리 10만개가 없어진다”며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1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30개국 회담에 앞서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겠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를 만델슨 집행위원의 역할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최고위급 간부와의 마찰이 벌써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유로화 금리를 올려온 유럽중앙은행도 사르코지의 타깃이다. 그는 “금리를 두 배, 세 배 올려도 원유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며 “중앙은행이 성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를 올려봐야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고, 대신 유로화 강세로 수출만 어렵게 한다는 불만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원유부가세 면제혜택 확대, 이민 제한 강화 등 유럽의 다른 나라와 충돌을 빚었던 각종 현안에 대한 프랑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AP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의장직에 오르면서 벌써부터 전투모드에 들어섰다”며 “그의 성급하고 직접적인 스타일이 의장직에 적합할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브뤼셀의 EU 관리를 인용, “사르코지 대통령이 단순하면서도 대중영합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유럽의 또 다른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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