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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를 속이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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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를 속이는 뇌

입력
2008.07.0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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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의대 해부학교수 출신 요로 다케시(養老孟司) 도쿄대 명예교수의 역작 <바보의 벽> 은 2003년 4월 출간 후 일본에서만 200만부 이상이나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바보의 벽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는 책 내용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요로 교수는 그 이유를 인간의 뇌가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차단해 버리는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즘 광우병 논란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바보의 벽에 갇힌 경우를 흔히 보고 겪는다.

▦ 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 진영은 요즘 오바마 후보가 아프리카 출신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오바마측이 아무리 해명해도 하와이 태생의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진실이 괴담을 이겨내지 못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런 현상이 뇌의 정보 저장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뇌과학 전문가의 기고를 실었다. 외부정보는 일단 단기기억 담당인 해마에 저장되고, 같은 정보가 계속 주입되면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옮겨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틀린 정보도 출처의 신빙성과는 상관없이 진실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 대뇌 피질 속에 정보가 고착돼 일정한 틀을 형성하면 뒤엎는 새로운 사실이 제시돼도 뇌는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새로운 정보가 고착된 틀과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상충하면 차단하기 때문이다. 바로 바보의 벽이 작동하는 것이다. 기고는 이런 사례도 소개한다. 사형제에 대한 찬반이 다른 미 스탠포드대 학생 48명에게 사형이 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와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함께 제시하자 자신들의 본래 입장을 지지하는 증거만 채택했다. 사람들이 사실로 견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에 맞게 정보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 뉴욕타임스 6월27일자 이 기고의 제목은 ‘당신의 뇌가 당신을 속인다’(Your Brain Lies to You)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잘못된 정보와 믿음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늘 남의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뇌의 그런 속임수는 나에게도 해당한다. 그래서 ‘나의 뇌가 나를 속인다’(My Brain Lies to Me)는 제목이 더 적당해 보인다. 정치판의 흑색선전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편견, 광우병 괴담, 집권자의 고집과 같은 현상은 말할 것도 없다. 일상에서도 우리의 뇌는 우리를 속이고 거짓말한다. 이를 늘 잊지 않아야 바보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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