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승무원 양성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2004년 외국계 A항공사 한국지점장 박모(52) 씨로부터 이 항공사에 입사한 380명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뒤 이들이 마치 자신 학원 출신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제출했다.
공단의 담당 임직원들은 이 서류가 가짜인 줄 알면서도 ‘가짜 수강생’ 1인 당 300만원씩 총 12억원에 가까운 취업 지원금을 이씨에게 지급한 뒤 그 대가로 뒷돈 수억원을 챙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차장 권모(46)씨와 학원장 김씨를 업무 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모(61)씨 등 공단의 전ㆍ현직 간부 3명과 외국계 항공사 지점장 박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김 원장이 제출한 해외 취업 지원금 신청 서류가 가짜인 줄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주고 2004년 7월부터 최근까지 4년 동안 12억원 이상을 불법 집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해외 취업 지원사업에 따라 업무 위탁 교육을 맡긴 학원이 미취업자를 교육한 뒤 외국 항공사에 취직 시키면 1인 당 300만원의 해외취업 연수교육비를 학원측에 지급하고 있다. 2003년 4억5,000만원이던 관련 예산은 2007년 1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공단 본부장을 지낸 이씨는 “정부 지원금이 부당 집행되고 있다”는 연수 담당 직원의 보고를 묵살한 채 김씨의 학원에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권씨는 지원금 지급 대가로 김 원장으로부터 해외여행 경비 205만원과 6차례의 향응을 제공받았고, 현직 국장 최모(49) 씨는 2004년 32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단 직원들에게 1억6,000만원을 상납했다”는 관련자 진술에 따라 진위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취업 지원금을 눈 먼 돈쯤으로 여기는 공단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항공기 승무원 뿐만 아니라 IT업계 등 여러 분야에서 해외취업 관련 부정 행위가 널리 퍼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