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44년간 맺힌 ‘무관의 한’을 시원스레 풀어버리며 ‘무적함대’ 전성기 개막을 알렸다.
루이스 아라고네스(70)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과의 2008 유럽축구선수권(이하 유로 2008)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 1964년 이후 44년 만에 유럽 정상에 등극했다.
스코어는 1-0이지만 내용상 공격과 수비에서 한 수 위의 짜임새를 보인 스페인의 압승이었다. 간판 공격수 다비드 비야(발렌시아)의 부상으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를 최전방에 놓고 미드필더 5명으로 뒤를 받친 4-5-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한 스페인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다비드 실바(발렌시아)를 앞세워 44년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털어 버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토레스는 전반 33분 실바의 침투 패스를 이어 받아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스페인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독일은 후반 들어 케빈 쿠라니(살케04)와 마리오 고메스(슈투트가르트) 등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빠른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의 조직력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는 6경기에서 단 3골 만을 내주는 ‘철벽 방어’로 메이저 대회 5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사자후를 토했고 비야는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4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막강한 스타 파워로 월드컵, 유럽선수권에서 늘 우승 후보로 꼽히면서도 고비마다 주저앉았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 들어 종전과 다른 완숙함을 과시해 당분간 세계 축구계의 강자로 군림할 전망이다.
스페인은 빠르고 정교한 패스워크로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 쥐고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집중력을 과시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같은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을 차례로 물리치며 ‘이기는 축구’를 확실히 터득했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토레스(24), 파브레가스(21), 실바(22), 안드레 이니에스타(24), 세르히오 라모스(22ㆍ레알 마드리드) 등 ‘영건’들이 공수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 축구의 앞날은 더욱 희망적이다.
우승 헹가래로 스페인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아라고네스 감독은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축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월드컵은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페인 축구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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