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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박세리가 심은 꽃에 '여왕벌'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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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박세리가 심은 꽃에 '여왕벌'이 자랐다

입력
2008.07.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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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7일 박세리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18홀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열살 꼬마였던 박인비(20ㆍ광운대)는 이 순간을 새벽 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TV로 지켜봤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며 이틀 뒤 골프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0년 뒤인 2008년 6월30일 박인비는 우상인 박세리가 일궜던 같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골프여왕’에 올랐다.

▲꿈은 이루어진다

박인비는 LPGA투어 루키였던 1년전 US여자오픈을 하루 앞두고 컴퓨터를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 전반기 15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돈이 고작 2만 달러, 상금랭킹은 120위였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박근규(47ㆍ사업)씨는 “내일이 메이저 대회인데 울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하자 “내 자신이 한심해서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박인비는 US여자오픈에서 선두에 3타차 공동 4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최종일 라운드에서는 우상인 박세리와 한 조에서 플레이하면서 박세리가 많은 조언을 해준 게 힘이 됐다.

US오픈에서 자신감을 얻은 박인비는 이후 톱10에 여러 차례 들며 상승세를 이어 갔지만 마지막날 뒷심 부족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23일 열린 웨그먼스LPGA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18번홀에서는 드라이버 티샷이 감기면서 한 갤러리를 맞혀 이 2개를 부러뜨리는 대형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2년차 박인비는 US오픈에서 흔들림 없는 샷과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2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오히려 4타차 완승을 거두는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여왕벌 박인비는 누구

박인비의 별명은 ‘여왕벌’이다. 이름 박인비의 끝자인 ‘비’가 영어로 벌(Bee)을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주변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진정한 ‘여왕벌’이 된 셈이다.

98년 박세리가 우승하는 순간을 보고 프로급 골프 실력의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잡기 시작한 박인비는 분당 서현초등학교 시절 각종 주니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0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01년 어머니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2002년 US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 정상에 올랐고, 미국 아마추어대회에서 미셸 위와 맞붙어 한 차례도 패하지 않은 기대주였다. 2006년 LPGA 2부투어 에서 우승없이 상금랭킹 3위로 2007년 정규 투어 출전권을 얻은 뒤 2년차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한국여자골프 르네상스 이끌 ‘박세리 키즈’는

US여자오픈 챔피언에 오른 박인비는 ‘박세리 키즈’로 분류된다. ‘박세리 키즈’는 10년 전 박세리의 성공신화를 보고 골프에 입문한 1988년생들을 일컫는다.

박인비처럼 박세리의 영향으로 골프에 뛰어든 1988년생이 작년부터 대거 LPGA투어에 합류해 신세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김송희 김인경 오지영 민나온 안젤라 박이 1988년생이며 한국여자골프의 ‘지존’ 신지애 역시 이들과 동갑인 '박세리 키즈'의 일원이다.

1988년생은 한 살위인 최나연, 안선주, 박희영 두 살위인 지은희, 이선화, 이지영 등도 ‘박세리 키즈’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최근 국내외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박세리 키즈’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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