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싱(79) 청쿵그룹 회장 등 홍콩의 번영을 일군 대기업 창업주들이 아들들에게 잇따라 기업을 물려주면서 홍콩 대기업의 2세 경영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홍콩은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난민이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가 시작됐기 때문에 기업 역사가 짧으며 1950, 60년대 사업을 시작한 많은 창업자들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순자산 320억미국달러로 추산되는 리카싱, 순자산 230억달러로 홍콩 2위의 부호이자 ‘홍콩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리샤우키(80), 94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건설그룹 신세계개발의 청위텅(82) 회장 등 고령의 부호들은 최근 2세 승계를 부쩍 서두르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아시아 국가의 전통에 따라 홍콩 대기업이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업 승계는 중국 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홍콩 기업인으로 ‘홍콩의 붉은 재벌’로 불리던 헨리 폭이 2006년 83세로 사망하면서 본격화했다. 그의 두 아들 티모시(62)와 이안(59)은 45억달러의 재산을 나눠 상속했다.
7월이면 80세가 되는 리카싱은 자산을 큰 아들 빅터(44)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사업 재능으로만 보면 차남 리처드(41)가 낫다는 평이지만 리처드는 일찍이 독자 사업을 시작, 현재 홍콩 최대 유선전화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리카싱은 최근 홍콩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리처드는 자기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당장 청쿵그룹 경영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언젠가 시기가 되면 청쿵의 해외사업에는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샤우키, 청위텅 등의 자산이 어떤 식으로 승계될 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2세 승계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아시아 최대 여성 부호로 꼽히던 니나 왕 차이나켐 회장이 지난해 후계자 없이 사망한 뒤 그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회사 경영진과 자매들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업을 물려받을 2세가 있더라도 능력이 창업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헨리 ??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가업 승계 후 2세와, 회사에 오래 근무한 전문경영진이 마찰을 일으켜 결국 전문경영진이 경쟁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2세들이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려 자금을 탕진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가족의 갈등도 위험요소다. 홍콩 최대 부동산개발 업체인 선흥카이부동산은 90년 창업주가 사망한 뒤 2세 3형제가 아직까지도 다투고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가업승계 기업은 승계 1년 후 주가가 승계 5년 전에 비해 평균 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부자 3대 버티기 힘들다’는 중국 속담이 주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됐지만 그래도 홍콩의 2세 경영인들은 이런 속담을 무색하게 하기 위해 벅찬 도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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