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여러 갈래의 이야깃거리를 지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묵은 갈등이 큰 줄기다. 거기에 환영 받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 증오와 공감이 교차하는 두 여인의 미묘한 관계가 잔가지로 붙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둥치와 가지가 바뀔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반죽을 몇 장 포개 화덕에 구운 듯, 여러 겹의 맛을 지닌 영화 <레몬트리> 다. 레몬트리>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레몬 농장을 경영하는 셀마(히암 압바스)에게 예상치 못한 근심이 생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웃으로 이사오면서 테러리스트가 숨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레몬 나무들을 베어버리기로 한 것. 하지만 이 사건은 이스라엘 대법원에까지 가면서 세계적 이슈가 된다. 셀마는 하루아침에 팔레스타인 탄압의 상징이 된다.
“3,000년 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해결책을 찾아, 셀마와 변호사 지아드(알리 술리만)는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뜻하지 않은 감정이 싹튼다. 그러나 아들뻘 되는 지아드와 셀마 앞에 이슬람의 관습은 너무 높은 벽이다. 어쩌면 그 벽은 스스로 쌓아 올린 셀마의 자기애인지도 모른다. 셀마는 그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아드도 그 벽을 넘지 않는다.
또 다른 갈등의 물줄기는 국방장관의 부인 미라(로나 리파즈 미셀)와 셀마 사이에 흐른다. “난 그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다”는 미라의 고백은, 그러나 남편의 완고함에 막혀 셀마에게 흐르지 못한다. 여론에 떠밀린 법정이 판례를 깨고 셀마에게 다소 유리한 판결을 내린 뒤, 미라는 화가 난 남편을 떠남으로써 그 고백의 방향을 끝내 자신 내면으로 바꿀 뿐이다.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담백한 필치로 그려내려 한 에란 리클리스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무게를 덜어낸 대신 각각의 이야기가 융화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그 모두가 뿌리내리기에, 이스라엘의 현실은 너무 척박했을까. 10일 개봉. 전체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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