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대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두 배 이상 강력해졌습니다. 이젠 시동을 걸고 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30일 임기 절반을 되돌아보면서 지역의 산업기반을 확충한 것을 괄목할만한 성과로 자랑했다.
대전은 사실 경제 측면에서 볼 때 ‘먹고 마시는 소비도시’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으로 불린다.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단지가 대전에 조성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연구개발만 있고 이와 연계된 산업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박 시장은 기업을 찾아 다니며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팔았다. 그 결과 웅진그룹과 미국 나스닥 기업인 썬파워사가 합작해 세운 웅진에너지를 비롯, 130개의 기업이 대덕테크노밸리 등에 둥지를 틀었다. 1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취임 전 4.8%였던 실업률이 3.6%로 낮아졌다. 외국자본도 3억4,000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걸림돌이 나타났다. 대덕에 산업용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박 시장의 추진력은 여기서 다시 빛을 발했다. 대덕테크노밸리의 대기업, 외국기업 전용단지를 무작정 비워둘 게 아니라 우선 유치 가능한 기업들에게 제공했다. 이와 함께 대덕특구 1, 2단계 개발계획을 초고속으로, 그것도 동시에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330만㎡(100만평)의 산업용지가 대덕과 대전권에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1단계 용지가 내년 1월 공급되는데 벌써 4대 1의 입주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사전모집 결과 전국에서 170개 기업이 신청했습니다. 신청면적이 계획면적보다 무려 4배나 많습니다.” 국내 최대의 방위산업체 중 하나인 LIG넥스원이 특구 1단계에 기술연구원을 설립키로 시와 협약을 체결했고, 두산중공업도 ‘신재생에너지R&D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박 시장은 “대덕이 각종 연구소와 고급인력이 즐비해 기술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고 고속도로 등 교통망도 뛰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에겐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덕에는 더 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유치가 그것이다. 박 시장은 “정부가 향후 5조6,000억원을 투입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놓고 자치단체들이 군침을 흘리지만 생명공학연구원과 KAIST를 비롯해 바이오(BT)ㆍ정보통신(IT)ㆍ나노(NT) 등의 융합이 가능한 대덕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대덕이 허브가 돼 충북의 오송, 충남의 행정중심도시를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다.
박 시장의 경제정책의 또 다른 포커스는 원도심이다. 대덕의 성장엔진 못지않게 원도심의 경제활성화에 그는 에너지를 쏟았다. 그 성과로 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의 국비지원을 1,100여억원 증가한 5,000억원으로 확정, 8월 본격 공사에 들어간다. 대전역 역세권 개발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집중투자하는 ‘무지개프로젝트’도 순항하며 원도심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은 “솔직히 수도권과 영ㆍ호남의 사이에서 대전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이 힘을 보태준다면 정부지원 확보와 기업유치 모두 자신 있다”고 말했다.
■ 나무 3000만 그루 심고 대전천 살려 생태도시로
박성효 대전시장은 경제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행복과 도시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안다. 그래서 그는 자꾸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벌린다.
지난해 '3,000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시작했다. "먹고 살기 힘든 데 웬 나무심기?"라는 빈축이 이어졌지만 올 상반기까지 대전인구의 2배가 넘는 337만그루를 심었다. 쾌적한 녹색환경을 조성하고 지구온난화와 탄소경제에도 대비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천에서 통수식이 열렸다. 30년간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 대전천에 다시 물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류의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다시 흘려보내는 새로운 물길 살리기 시도였다. 조만간 콘크리트 하상도로도 모두 뜯어내면 생태하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올 10월 대전시내에 5,000대의 공용자전거가 등장한다. 매년 5,000대씩 총 2만대로 늘려 누구나 어디서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도시가 된다. 이미 지하철역마다 10여대씩 비치된 녹색자전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면서 도서관도 부쩍 늘었다. 2006년 15곳이던 공공도서관이 20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 96곳에서 140곳으로 크게 늘어 엄마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덕분에 대전은 책 읽는 환경이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이응로미술관과 선사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원도심의 충남도청이 신도시로 이전하면 도청을 근현대사박물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박 시장은 "대전의 꿈은 첨단과학과 문화예술, 생태환경이 어우러진 창조도시"라고 말했다.
■ 약력
▦1955년 대전 출생 ▦1973년 대전고 졸업 ▦1978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79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2000∼2004년 대전시 기획관리실장 ▦2005∼2006년 대전시 정무부시장 ▦2006년 대전시장 당선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