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통치와 ‘반쪽 선거’로 임기를 연장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에 대한 제재 문제로 중국의 ‘아프리카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29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무가베 정권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 받았으나 반대입장을 밝혔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무가베 정권과 야당의 대화를 통해 안정을 이뤄야 한다”며 “책임 있는 국가로서 중국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라이스 장관에게 말했다. 양 부장 발언 후 무가베 대통령은 여섯번째 임기 수행을 위한 취임식을 강행했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무가베 정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안보리 제재와 무가베 정권 인사의 해외여행 금지, 관련 해외재산 동결 등을 추진하려는 미 행정부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는 것이다. 무가베 정권으로서는 제 2대 교역상대국이자 주요 무기 공급국인 중국을 정권 유지의 버팀목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 주도의 짐바브웨 제재안을 반대해왔다.
중국의 입장은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한 수단 문제 등과 궤를 같이한다. 관계가 긴밀한 아프리카의 개별 정부에 대해서는 인권, 민주주의 상황 등과 상관없이, 정치적 이유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는 외교노선을 이어가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4월 무가베 정권의 군비 증강을 돕기 위해 대포, 로켓포, 소총 등을 수출하려다 여론에 밀려 무기를 거두어들인 바 있다.
미국, 유럽보다 늦게 아프리카에 접근한 중국은 안정적인 자원 확보와 후발주자의 한계 극복을 위해 정권의 속성을 묻지 않고 밀착하는 외교를 펴왔다. 중국은 이로 인해 무가베 정권으로부터 금, 니켈, 크롬 등을 무한정 수입할 수 있었고 그 대가로 2006년부터 관광업, 농업, 발전 부문의 재건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따라서 중국이 무가베 정권 제재에 동참할 경우 ‘언젠가는 배신할 나라’라는 인상을 아프리카에 심어줘 자원외교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라카연합(AU) 내에서도 짐바브웨 제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고 중국도 경제성장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어 중국의 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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