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9일 저명한 복음주의자인 빌리 그래엄(89) 목사의 자택을 찾아가 기독교 보수세력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독교 보수세력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지만 공화당내 ‘이단아’로 통했던 매케인 의원에 대해선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매케인 의원이 적극 구애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수백만 복음주의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그래엄 목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역대 미 대통령들을 자문했으며 역시 목사인 그의 아들 프랭클린은 아버지가 세운 복음주의자 협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블루릿지 산속의 자택을 찾아가 그래엄 목사 부자와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그래엄 목사측으로부터 지지성명이 나오지는 않았고 매케인 의원도 “그들의 표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애써 이번 방문에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부각하려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래엄 목사가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매케인 의원측과 프랭클린 목사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칭찬으로 일관, 사실상 지지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프랭클린 목사는 성명을 통해 “매케인 의원의 개인적 신념과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도덕적 청결성에 감명 받았다”며 매케인 의원과 자신의 아들이 모두 군복무 중인 공통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랭클린 목사는 지난 주에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만났으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케인 의원은 그래엄 목사 부자를 ‘위대한 지도자들’이라고 표현한 뒤 “아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매케인 의원이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혀있을 때 그래엄 목사가 매케인 의원의 부모를 찾아가 위로하고 함께 기도했던 일화를 화제로 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0년, 2004년 두 차례 대선에서 기독교 보수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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