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0시15분.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 빌딩 인근에서 경찰은 1시간 넘게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시위대 상당수는 경찰 예상대로 밀려났다. 그 순간 경찰을 향해 또다른 ‘물대포’ 가 물을 내뿜었다.
몇몇 시위 참가자들이 파이낸스센터 빌딩 2층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 경찰에게 반격을 가한 것. 순간 경찰은 당황했고, 그 사이 시위대는 세종로 사거리에서 밀려나기 전 위치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촛불’의 수준이 경찰 대응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 예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경찰의 대응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주말 집회 때도 시위대는 대치 중이던 전경 버스를 흔들어 틈을 만든 다음, 이를 막으려고 달려드는 경찰의 대오를 흐트러뜨려 일부를 고립시키기까지 했다.
시위대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 두 달 가까이 경찰을 상대하며 갖가지 ‘시위 요령’을 익혔다는 것.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진압 경찰이 나타났을 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떻게 행진하고 어떤 대응을 할 지 시위 참가 시민들은 대충 다 안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시위 현장 상황 대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경찰이 물대포로 괴롭히자 지난 주말에는 ‘까나리 액젖’ 물총으로 맞섰다.
6ㆍ10 대행진 때 경찰이 광화문과 서울 도심에 수출용 컨테이너를 ‘히든 카드’로 등장시키자 ‘명박산성’이라고 이름 붙인 뒤, 이에 대응한다며 스티로폼 수백 개를 들고 나와 경찰을 놀라게 했다. 이후 시위대들은 경찰이 차벽으로 진로를 막을 때마다 모래주머니로 ‘국민산성’이라는 계단을 만들고 있다.
시위대의 계속되는 진화가 결과적으로 폭력성, 과격성을 함께 초래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에 대해 집회ㆍ시위 참가자들 대부분이 수긍하고 있다.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회사원 오모(30)씨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힘을 보태는 흥겨운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최근 쇠파이프, 각목, 죽창 등 과거 폭력 시위 때나 등장하는 물건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무겁고 어두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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