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법 시위 원천봉쇄 방침에 따라 29일 저녁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촛불집회가 무산됐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촛불집회가 열리지 못한 것은 지난달 2일 집회 시작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2,000여명의 시위대가 종로, 청계천 등 도심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하면서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수십 여명이 연행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 시작 40여분 전인 오후 4시20분께부터 전경 800여명을 동원, 서울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 출구를 차단하고 주변 도로에 모여 있던 집회 참가자 200여명을 서울광장으로 몰아 넣어 고립시켰다. 또 집회 주도에 사용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무대 차량을 견인하고 아고라, 2MB연대 등 집회 참가단체들의 깃발을 압수하는 등 집회를 사전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격렬히 저항하는 14명을 연행했다.
대책회의는 집회 시작을 오후 7시로 늦춘 뒤 서울광장 주변에 흩어져 있던 3,000여명을 이끌고 청와대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광교, 종로1가, 낙원상가 등으로 밀려났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원천봉쇄를 위한 강제 해산에 나서자 격렬히 저항하며 30일 새벽까지 시위를 벌였다.
앞서 28일 저녁에 시작돼 29일 새벽까지 이어진 시위에서는 촛불집회 시작 이후 가장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대책회의에 따르면 시민 30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고, 경찰 부상자도 112명에 달했다. 또 경찰버스 35대, 살수차 3대, 무전기 13대 등이 파손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일 이후 가장 많은 1만8,000여명이 집회에 나섰으며, 이 가운데 불법 폭력시위를 한 56명을 연행했다”고 말했다.
폭력시위 강도가 세지자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 심야 불법시위의 경우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원천봉쇄 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서민 생계에까지 지장을 주는 시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일부터는 방향을 확고히 잡고 있다”면서 “심야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원천 봉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고, 이대로 하면 내일을 고비로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날 법무부 등 5개 부처 합동 발표문을 통해 “과격ㆍ폭력시위 조장ㆍ선동자나 극렬 폭력 행위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사법조치하겠다”며 “파괴된 기물 등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책회의 측은 정부의 강경 기조에 반발, 더욱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혀 이번 주에도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6일을 ‘국민승리주간’으로 정했으며, 2일에는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5일에는 수 만명이 참가하는 ‘국민승리의 날,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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