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포수 러셀 마틴(25)에겐 모든 게 놀라웠다.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 자신이 쳐낸 2안타(1타점 3득점)로 팀이 승리한 것은 물론이고, 홈플레이트에서 받아 본 베테랑 박찬호(35)의 공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틴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TV에서 박찬호를 봤다”면서 “이번 선발등판에서 그는 홈플레이트의 양 구석을 효과적으로 이용했고 공은 위, 아래로 꿈틀댔다. 95마일 직구는 훌륭했고 브레이킹 볼로 완급조절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가 데뷔하던 해 11세였던 마틴은 직접 경험한 박찬호의 직구를 ‘타자 몰래 꽂히는 강속구(sneaky fastball)’라고 이름 붙였다.
마틴의 말처럼 박찬호는 28일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선발 첫 승이자 시즌 3승(2패, 평균자책점 2.52)째를 따냈다. 박찬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6-0 승리를 이끌었다. 4사구는 1개도 없었고, 마지막 이닝이던 6회에도 96마일(시속 155㎞) ‘광속구’를 찍었다. 투구수는 90개(스트라이크 64개).
선발승은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지난 2006년 7월26일 다저스전 이후 23개월 만이다. 또 다저스타디움에서는 2001년 9월26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무려 6년9개월 만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3번의 선발등판에서 1승에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 ‘선발 본능’을 뽐내고 있다.
박찬호는 경기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중요한 경기였는데,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는데 다행”이라며 “승리보다 좋은 투구를 해서 기쁘고, 값진 시간을 팬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기쁩니다”고 소감을 남겼다. 조 토레 감독은 “박찬호가 최근 몇 년 간 부상에 시달려 온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피칭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 팀 처지가 어땠을지 모르겠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이날 호투로 박찬호는 7월4일 다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다저스 홈페이지는 29일 ‘박찬호가 내달 2일이나 3일 경기에 롱 릴리프로 등판하지 않는다면 4일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29일에도 그 여세를 몰아 에인절스전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하고도 상대 실책에 편승, 1-0 승리를 거두는 행운을 누렸다. 에인절스 선발 제러드 위버는 6이닝 노히트 노런을 펼쳤지만 5회 자신이 저지른 에러 탓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편 백차승(28ㆍ샌디에이고)은 29일 시애틀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8피안타 1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 시즌 4패(1승)째를 떠안았다. 팀은 2-4로 졌다. 클리블랜드의 외야수 추신수(26)도 신시내티전에 좌익수 겸 5번 타자로 선발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신시내티 5-0 승.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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