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 강
1983년 6월 30일 KBS의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이 시작됐다. 1,000만 이산가족의 아픔이 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타고 터져나왔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단속적으로 이뤄지면서 25년이 흘렀지만 이 땅 이산의 아픔은 여전하다.현대 한국문학의 가장 큰 줄기인 분단문학,그 중에서도 이산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다룬 이산문학 작품들이 나온 것은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이 한반도를 적시던 1980년대초와 일치한다.
현대사의 비극을 몸으로 체험한 한글세대 작가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의 체험을 문학으로 쏟아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작가 김원일(66)의 말처럼 “이 문제를 쓰지 않고는 어떤 작품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부채감”이 그 글쓰기의 근원이었다.
김원일은 등단부터 치면 43년째 분단과 이산의 문제를 써오고 있다. 그 한결같은 걸음이 경의롭다. ‘환멸을 찾아서’ ‘마당 깊은 집’ 등 그의 작품은 이미 분단문학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그가 올해 4월에 낸 창작집 <오마니별> 에 실린 소설들도 작가의 말을 따르면 “남북조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민족의 고통과 그늘”을 다룬 것들이다. 오마니별>
이념이니 체제니, 시간의 파괴력까지도 모두 넘어서는 인간의 문제,사람의 위엄의 문제를 그는 이 소설집에서 더할 수 없는 감동으로 보여준다 그것이야말로 이산의 본질인 것이다.
‘오마니별’은 1951년 폭격에 어머니를 잃고, 그 충격으로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린 채 살아오던 노인이 헤어졌던 손위 누이를 ‘오마니별’이란 말 한 마디의 기억으로 상봉하는 이야기다.
“엄마가 숨을 거둔 겨울밤이었다. 폭격으로 반쯤 허물어진 빈 집의 무너진 천장 사이로 밤하늘이 보였고… 한 이불을 둘러쓰고 서로 껴안아 밤을 새울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이가 말했다. 중길아,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 두 개를 봐. 아바지별과 오마니별이야. 천지강산에 우리 둘만 남기고 아바지가 오마니 데빌구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저기, 저기 오마니별 보여?”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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