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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ye Bill, Bye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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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ye Bill, Bye MS

입력
2008.06.3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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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비전으로 20세기 인류의 삶을 뒤바꾼 정보혁명 거장의 퇴장.’언론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은퇴를 이렇게 표현하며 감동적인 송사를 건네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정작 27일 MS사옥에서 열린 고별식은 조촐했다. 주말인 금요일 평소처럼 일과시간을 끝낸 800여명의 임직원들이‘IT(정보기술) 제국’을 건설한 역사적 인물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 모인 것 정도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하버드대 중퇴 후 32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탄 것이 새‘구직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온 게이츠의 연설도 회고담 위주였다.

▦그는 1975년 초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뉴멕시코의 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소프트웨어를 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단돈 1,500달러로 회사를 설립한 과정, 골리앗 IBM에 운영체제인 MS-DOS를 납품하던 다윗의 처지에서 마침내 골리앗을 누르게 되는 일화 등을 얘기했다. 그러면서“우리가 큰 변화를 놓칠 때, 훌륭한 사람을 갖지 못할 때 우리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랜 친구이자 CEO인 스티브 발머가 그의 업적을 기리며 추억과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스크랩 북을 선물하는 순간 눈물도 훔쳤다.

▦그의 퇴장은 2년 전의 약속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라는 명예와 타이틀이 어느 날 돌연 짐과 책임으로 느껴지자‘출구’를 찾던 그는 부인 멜린다의 조언을 받아 2000년 380억 달러 규모의 자선재단을 설립했다. 그 출구에서 자신의 많은 재산이 교육과 의료, 기술개발과 빈곤퇴치 등의 중요한 사업에 사용된다면‘은총’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자신의 현재 시스템을‘종료’하고 새 시스템을 켜기로 했다.“기아나 죽음에 비하면 누가 어떤 OS를 사용하는지는 하찮은 문제”라는 최근 발언은 MS 이후 그의 삶을 엿보게 한다.

▦게이츠 없는 MS의 앞날에 대한 관심도 크다.‘인터넷 시대의 총아’지위를 구글에 넘겨준 데다 차세대 OS로 내놓은 윈도 비스타가 재앙 수준의 실패로 끝난 뒤 MS의 위치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머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게이츠의 조기 복귀를 예상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MS의 미래가 그의 새 실험을 가로막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가 엊그제 선진 한국을 향한 지혜와 경륜을 구하기 위해 청와대가 만든‘대통령 국제자문단’에 위촉됐다. 5월 방한한 그는 한국이 디지털 새 시대의 개척자가 되라고 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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