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팟’(Big Potㆍ대형 화분)으로 유명한 프랑스 개념미술가 장 피에르 레이노(69)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빅 팟 한 점을 포함해 총 26점의 작품이 걸렸다.
정원사 집안에서 태어난 레이노는 화분을 시멘트로 가득 채운 작품으로 프랑스 미술계에서 유명세를 얻은 작가. 하나은행의 빨간 화분 광고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애초에 화분은 그에게 생명을 심고 키우는 작은 우주였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엔 생명을 키워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잃게 된다.
희망을 잃은 전후 세대의 절망을 시멘트로 화분을 메우는 행위를 통해 표현한 것이 그의 ‘빅 팟’ 시리즈. 이번 전시에선 백의민족이라는 한국인의 상징을 반영해 순백의 커다란 화분으로 변형됐다.
이번 한국전시에선 지금껏 발표된 적 없는 그의 단어시리즈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모네, 반 고흐, 고갱, 피카소 같은 회화 거장들의 이름과 ‘ART(예술)’라는 단어를 다양한 색상으로 표기한 작품들이다.
포스터처럼도 보이는 이 작품들을 보고 ‘이런 것도 예술이야?’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이미 신화적 의미를 획득한 이 단어들이 우리에게 일으키는 지각의 습관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레이노는 “이번 전시는 눈을 감고 작품을 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예술은 결국 하나의 언어로서 작가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라고 말했다. 다음달 15일까지. (02)720-1524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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