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와 여섯 쌍둥이 남매들이 있는 미국의 한인계 가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계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존 고슬린(31)과 그의 부인 케이트 고슬린(32).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인 2세를 위한 영문 월간지 코리암저널(KoreAm Journal)은 5월호에서 이들 가족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1999년 결혼한 부부는 케이트가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불임 판정을 받자 인공수정을 택했다. 2000년 일란성 쌍둥이 딸을 낳은 케이트는 다시 ‘축복’을 느끼고 싶어 인공수정으로 임신했다.
그러나 초음파 사진 속에는 무려 7명의 아이가 있었다. 부부는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없앨 수는 없었다. 이들은 “당시 우리는 삶을 믿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2005년 펜 스테이트 허시병원에서 의료진 75명이 참여한 대수술 끝에 한 아이는 숨지고, 3남3녀의 여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전 세계에서도 30건이 채 안 되는 사례였다.
부부의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일어나서 기저귀 갈고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하는 일의 반복 속에서 케이트는 4개월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지금도 존은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딸 쌍둥이를 깨우고 부인 존을 위한 모닝 커피를 끓인다.
이어 여섯 쌍둥이를 하나 둘 깨우는 것으로 진짜 하루를 시작한다. 케이트 역시 하루 다섯번의 세탁과 두개의 두루마리 종이타월을 사용하는 ‘슈퍼 맘’이다. 또 쌍둥이들에게 한인의 정체성을 알려주기 위해 ‘한국 문화 여름캠프’에도 참여하고, 11월에는 ‘많은 축복-쌍둥이와 여섯 쌍둥이와 생존하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2006년 보건의료 전문 케이블TV인 디스커버리 헬스는 이런 가족의 일상을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로 소개했다. 쌍둥이 얘기에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해 4월 디스커버리 계열 TLC(The Learning Channel)는 ‘존&케이트 플러스 8’이라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일주일에 사흘은 여덟 쌍둥이 아이를, 하루는 부부를 취재해 방송하는 식이다. 시청자들이 동정과 흥미를 속에 이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부부는 결코 끝나지 않을 혼돈 속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어간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존은 언론에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아시아계 미국인 아빠의 역할 모델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암저널은 지금도 이 집안에선 세탁방 홍수, 검 붙은 테드 베어, 비명과 울음, 싸움 등 이제 막 기저귀를 뗀 여섯 쌍둥이가 일으키는 재난이 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존과 케이트는 “가장 힘든 것은 8명 모두에게 골고루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힘들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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