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임기는 시작됐지만 제 기능을 하기는커녕 개원도 하지 못한 채 오늘로 딱 1개월령이 됐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 총력투쟁을 외치고 있어 입법부 부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고물가ㆍ고유가로 신음하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조속히 국회로 들어오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이대로 가면 18대 첫 임시국회 회기종료일인 내달 4일까지도 개원이 어렵다. 첫 임시회 기간에 의장단이 선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국민의 공분을 산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빚어진 일이지만, 국회를 이렇게 장기간 기능부전에 빠지게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쇠고기 문제가 중요하다 해도 국내외의 총체적 위기를 제쳐두고 매달려야 할 일은 아니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각각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라는 중대사 때문에 국회 정상화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본말전도도 이만저만 아니다.
국회 등원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 차원에서 쇠고기 문제를 중시한다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당수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한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핵심 축인 제도권 정당으로서 국회는 제쳐두고 장외에 집착하는 것은 존재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다. 평화적 촛불집회가 폭력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거리에서 할 역할은 없다. 시위대와 진압경찰 사이에 인간띠를 만들어 충돌을 막는다는데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위치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즉각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치력 부재도 장기 입법부 공백상태를 부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고압적 자세로 백기항복을 요구하는 것 말고 한나라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야당이 등원할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 민주당 내 온건파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에 강공으로 강경 거리파의 득세를 돕는 우를 범했다. 숫자와 힘이 아닌 정치력과 지혜로 국회를 운영하는 리더십이 아쉬운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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