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개척하라.’
박준영 전남지사가 평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인구감소 등으로 삶의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전남을 ‘행복의 땅’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실제 그는 “40~50년 뒤를 보고 전남의 운명을 바꾸는 초석을 놓겠다”며 첫 주춧돌인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빈 집이 늘어나는 기존 농어촌마을을 한옥마을로 리모델링해 나가면 농어촌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라져가는 지역공동체도 복원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복마을 조성사업은 무엇이고, 왜 하는가.
“한 마디로 농촌을 살고 싶고 살만한 공간으로 바꾸는 ‘농어촌 재개발’이다. 기존 농촌마을을 한옥마을로 정비하고 신규 한옥전원마을도 만들어 농촌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인구는 52% 늘었지만 전남은 42%나 줄었다. 최근엔 연간 3만 명씩 줄고 있다. 더 이상 농촌이 텅 비어가는 것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공동체를 복원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행복마을은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한옥보급을 사업선정의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기존 마을을 정비할 경우 최소 10채 이상은 한옥으로 지어야 한다.”
-한옥 신축을 의무화한 이유는.
“사실 행복마을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문화 복원이다. 현재 우리 농어촌 주택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시멘트나 석면 주택이 대부분이다. 이런 주택들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농어촌 마을을 한옥으로 잘 가꾸면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이런 마을에 이사를 와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주민참여가 절대적이라고 보는데.
“그렇다. 국고나 지방비가 전액 지원되는 다른 개발 사업들과 달리 행복마을은 한옥 건축 시 주민 건축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주민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 건축비용 중 2,000만원을 국고로 보조하고, 도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저리로 융자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
“사실 전남도의 재정형편으로 보면 행복마을 조성을 위한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정부 각 부처가 농어촌개발사업비 명목으로 내려보내는 국비와 도비를 통합해 행복마을에 집중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국토해양부가 한옥진흥법 제정과 한옥진흥기금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행복마을이 인구감소 등의 농촌문제를 해결할까요.
“행복마을이 농촌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5년 후 은퇴하게 될 1960년대 베이비 붐 세대 중 56%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 행복마을은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 약력
▲1946년 전남 영암 출생 ▲1972년 성균관대 정치학과 졸업 ▲1995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1999년 청와대 대변인 ▲2001년 국정홍보처장 ▲2004년 전남지사 당선(보궐) ▲2006년 전남지사 당선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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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마을 조성사업/ 단순 '주거 개선' 넘어 '빌리지 호텔'로
농ㆍ어촌 '한옥 뉴타운'으로 불리는 행복마을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흉물로 방치된 빈 집을 철거하고 슬레이트 지붕의 가옥을 한옥으로 바꿔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기존 마을 정비형과 택지개발 방식을 통한 신규 한옥 주택단지형이다.
기존 마을 정비형은 50가구 이상의 마을 가운데 최소 10채 이상을 한옥으로 신축하겠다는 주민들의 합의가 있어야 재개발이 가능하다. 또 진입로 확ㆍ포장과 다목적 회관 건설 등 공공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마을 당 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무안군 몽탄면 약실마을 등 5곳이 선정돼 마을 정비가 한창이다.
한옥 전원마을 형태로 추진되는 신규 단지형은 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등 7곳으로 현재 실시설계 중이거나 기본계획 수립단계에 있다. 각 마을마다 한옥이 최소 20동 이상이 들어서고, 수영장과 공원, 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도가 전국 처음으로 추진하는 행복마을 조성사업은 단순히 농어촌 주거여건 개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도는 행복마을을 '빌리지 호텔'로 가꿔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행복마을 내 한옥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손님방'을 따로 만들고, 마을회관에는 공동식당을 운영해 관광객들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각 마을마다 수십 개의 방이 생겨 턱없이 부족한 관광객 숙박시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자체 조사와 일선 시ㆍ군의 추천 등을 통해 행복마을 후보지를 수시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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