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초등학생 허은정(11)양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 한 달이 됐지만 경찰 수사는 원점을 맴돌고 있어 미궁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정적인 제보나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도 기대할 만한 게 없어 탐문수사만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달성군 유가면과 현풍면 일대 강도와 성폭력 전과자 6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이중 용의자를 10여명으로 좁혔다. 하지만 이들 10여명의 사진은 경찰이 허양 할아버지(72)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몽타주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몽타주는 지난 6일 경찰 내부용으로 1차로 만든 것과 판이하게 달라 몽타주를 배포한 것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이다.
이번 사건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허 할아버지는 이미 여러 차례 범인 숫자에 대한 진술을 번복했고 용의자 사진 확인을 거부했으며, 4차례의 최면조사도 실패할 정도로 폭행 후유증과 심리적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름여전 허양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수거한 머리카락과 체모, 옷가지 등과 주변 인물 등의 구강세포 조직 등 200여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감식결과에서 단서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근이 훼손돼 머리카락만으로 DNA를 감식하고 있는데 이마저 상태가 온전치 않아 시일이 많이 걸린다”며 “감식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3의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에 대비, ‘여행성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으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이 개가 있는 집을 새벽시간에 침입했고 집안에 사라진 금품이 없는 등 굳이 허씨 집을 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양은 지난달 30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할아버지를 때리던 괴한을 말리다 납치된 후 2주 뒤인 지난 12일 집에서 2㎞ 떨어진 야산 8부 능선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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