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하다’라는 은어가 있다. 은밀한 성적 환상을 자극하는 이 말은 실상 통계를 적당히 ‘주물러’ 의도하는 수치로 바꾸는 행위를 빗댄 표현이다.
이런 통계마사지의 최고 권위자는 경제 관료들이다. 경제전망을 할 때 특히 그렇다.
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실업률 등 경제전망을 발표하기 전 정부는 우선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들의 예상치를 취합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수치’를 고른다. 아무리 봐도 성에 차는 전망치가 없으면, 숫자를 좀 올리거나 내려서(이것이 바로 마사지다) 발표한다. 하기야 경제전망치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고, 어차피 계산 모형에 따라 수많은 수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마사지’를 좀 한들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다.
오는 2일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한다. 각 경제지표에 대한 정부전망이 공개될 텐데 아마도 각 연구기관들의 예상치와 비교해보면 ▦성장률은 좀 높게 ▦물가는 좀 낮게 ▦경상수지 적자는 좀 적게, 다시 말해 좀 낙관적으로 나올 것이다. 당연히 ‘마사지’를 했기 때문일 터. 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단순 전망치가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가미된 일종의 목표 개념이기 때문에 ‘마사지’하는 것을 두고 허황된 ‘장밋빛 색칠’이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다.
하반기 경제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모습을 보려면, 정부보다 하루 전(1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하반기 경제전망을 주시하자. 경제전망에 관한 한, 모든 연구기관을 통틀어 가장 권위 있고 신뢰할 만한 곳이 한국은행이다. 정부 발표보다는 조금 더 비관적인 수치가 나올 텐데, 그래도 그게 솔직한 한국경제의 현주소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금주엔 통계치의 ‘충격’에 대해, 경제 주체 모두가 좀 마음의 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30일 발표될 ‘산업활동동향’은 경기 하강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이고, 특히 1일 나올 ‘소비자물가동향’에선 5%대로 진입한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나라 밖의 화두는 금주에도 유가다.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혹시 150달러 고지마저 점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상상조차 끔찍하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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