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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삼성 현상황은 위기 총괄 조정기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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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삼성 현상황은 위기 총괄 조정기능 필요"

입력
2008.06.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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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영실험에 나서는 삼성이 가장 고민해야 할 과제는 70년 동안 삼성을 이끌어온 ‘성공 DNA’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는 것이다. ‘성공 DNA’는 바로 강한 기업문화와 인적 네트워크이다. 7월부터 가동되는 새 경영체제는 삼성의 이런 강점을 어떤 식으로 활성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느냐 하는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삼성그룹의 씽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60ㆍ사진) 소장을 27일 단독으로 만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라는 새로운 실험을 앞둔 ‘삼성호’의 과제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정 소장은 삼성그룹의 직접적인 의사결정 단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어 가장 객관적으로 그룹 현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소장은 우선 경영체제 변화를 선언한 삼성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대주주-전문경영인-시장’이 서로 팽팽하게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삼각 견제구조’에서 하루 아침에 대주주의 역할이 약해진 것은 현실적으로 위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삼성은 중앙 집권화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임으로써 목표를 달성해왔다. 삼성이 스피드 경영과 강한 조직 응집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시스템 덕분이었다.”

하지만 내달 출범하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는 이 같은 응집력보다는 분권화, 자율화를 통한 개별 회사 차원의 성과를 요구한다. 정 소장은 삼성이 ‘100년 기업(The Centenarian Enterprise)’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파라독스(모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그룹들이 계열사별로 난도질 당하듯 뿔뿔이 흩어지면서 느슨한 형태의 기업집단으로 남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계열사들이 다시 빠르게 합쳐졌다. 미쓰비시나 미쓰이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문화와 인적 네트워크가 강한 기업은 어떤 변화를 겪더라도 끝까지 살아 남는다. 따라서 기업이 분화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될수록 이를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렇다면 7월부터 가동될 사장단협의회가 강력한 조정 기능을 맡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 소장은 “협의회는 말 그대로 협의회 수준으로 남아야 한다”며 “새 경영시스템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선 시간을 두고 보완작업이 이뤄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브랜드ㆍ투자조정위원회 외에 기존 경쟁력을 유지할 다른 조직의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경쟁력 조건에 대해 묻자, 그는 우선 “기업은 본업에서 경쟁력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1994년 6.8조원에 불과하던 삼성의 시가총액이 현재 100조원을 넘을 수 있었던 배경은 IT 물결을 적시에 타고 모바일과 LCD 분야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앞으로 다가올 또 하나의 큰 물결을 어떻게 간파하고 어떤 식으로 소화하느냐가 또 다른 도약의 관건이며, 삼성전자 산하에 신수종 사업팀을 꾸린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 동안 삼성의 발전은 국내 인적자원과 본사 중심적 경영시스템 등 ‘코리안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성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로 나가 인적자원의 범위를 넓히고 성장 역시 해외에서 일궈내는 글로벌화가 절실하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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