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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단성과 온달장군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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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단성과 온달장군묘

입력
2008.06.3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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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가 아차산을 사이에 두고 경쟁적으로 고구려역사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구려의 용장(勇壯)한 기상을 본받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역사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권장하고 성원할 일이다.

광진구는 아차산성과 고구려보루 인근에 2011년까지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구리시도 광개토대왕 동상과 고구려 대장간마을을 재현한 교문동 일대에 2011년까지 고구려역사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의도는 좋지만 인접 지자체끼리 비슷한 역사관을 건립하면서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중복 투자하기보다는 공동으로 투자하여 중간지역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문제는 광진구가 395억 원이나 들여 고구려역사문화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온달(溫達) 장군의 묘까지 재현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광진구와 온달이 무슨 상관이 있어서 그의 묘를 재현한다는 말인가. 있지도 않았던 묘를 만든다면 이 또한 우리 스스로 저지르는 역사왜곡이요 날조가 아니겠는가.

<삼국사기> 온달열전에 따르면 온달이 전사한 곳은 아차산성(阿且山城)이 아니라 아단성(阿旦城)이다. 온달이 신라에 빼앗긴 고토를 수복하고자 출정한 것은 영양왕 즉위 직후인 590년 10월. 온달이 수복하려던 ‘계립현(鷄立峴)과 죽령(竹嶺) 서쪽’은 현재 강원도 지방 대부분이다. <삼국사기> 온달열전은 ‘신라군과 아단성 밑에서 싸우다가 유시(流矢)에 맞아 죽었다’고 전한다. 온달이 전사한 아단성은 어디일까.

그동안 아단성을 백제의 옛 성터인 아차산성(阿且山城:峨嵯山城)으로 비정(比定)해온 이유는 첫째, 아단의 단(旦)과 아차의 차(且)가 비슷한 데서 비롯된 착각과 견강부회의 결과요, 두 번째는 위치가 한강 북쪽이기 때문이었다. 온달의 말 가운데 ‘신라는 우리 한수 이북의 땅을 빼앗아 군현으로 만들었으므로…’ 한 구절을 들어 마지막 싸움터를 오늘의 서울 한강 북쪽 아차산성으로 추측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서나 지리지를 찾아보아도 ‘아차산성이 곧 아단성’이라는 대목은 없다.

‘한수 이북’도 서울 강북만이 아니라 남한강 상류 이북은 모두 해당되는 말이니, 온달이 가리킨 한북의 땅은 죽령 이북, 고현 이내의 10군인 오늘날 강원도 대부분과 충북 일부를 가리킨 것이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은 본래 고구려의 을아단현(乙阿旦縣)이다. <삼국사기> 지리 편에서 ‘지금 영월군의 영현은 셋으로 자춘현(子春縣)은 본래 고구려의 을아단현을 경덕왕이 개명하였는데 지금 영춘현이라 부르고…’한 바로 그곳이다. 아단 두 글자가 붙은 지명은 이곳밖에는 없다.

옛 지명이 을아단인 영춘면에 가면 성산이 있고, 그 정상부에 온달이 쌓았고, 온달이 되찾기 위해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전설에 따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온달산성’이라고 부르는 고구려 산성이 있다. 사적 264호 온달산성 아래에는 천연기념물 261호 온달동굴이 있고, 근처에는 온달의 묘라고 전해오는 고구려식 대형 적석총도 있다. 또 ‘활고개’‘진거리’‘쉬는돌’‘비마루’‘대진목’‘군관나루’ 등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전설이 서린 지명이 많다. 특히 고구려식 적석총은 단양군에서 온달묘라고 주장,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평양시 역포구역 용산리 동명왕릉 인근에 진파리 4호 무덤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것이 바로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합장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 유적을 개발해 관광자원을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스스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날조하는 일은 삼가야 하겠다.

황원갑 소설가ㆍ역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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