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대형 연회장에선 ‘말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2년의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선, 그리고 올해 총선에 대한 회고를 담은 백서, ‘미래를 향한 시작’의 출판기념회장이었다. 조만간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강재섭 대표의 퇴임식을 겸한 자리이기도 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1,000여 좌석을 한나라당 지도부와 의원, 당원들이 채웠다.
한나라당으로선 지난 2년을 생각하면 가슴 벅차 오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러냈고, 마침내 이룬 10년만의 정권 탈환. 내처 지난 총선에서 과반 승리까지 차지했으니 왜 그렇지 않겠나.
찬란한 수사가 행사장 마이크를 타고 이어졌다. “지난 경선과 대선은 생애 최고의 드라마” “경선은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 시킨 사건”…등등. 사진들이 행사장 주변에 둘러쳐졌고, 동영상도 과거를 되풀이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참석자들의 표정이었다. 마이크를 울리는 말의 성찬 속에 이들은 왠지 쭈뼛했다. 착잡해 보이기도 했다. 매일 밤마다 광화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정부와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한 참석자는 “작년 여름의 경선, 100여일 전 정권 출범이 마치 까마득한 옛일 같다”며 한숨지었다.
이날 한나라당이 있을 곳은 대형 연회장이 아니었다. 되새김질 할 대상도 과거가 아니었다. 거리의 민심에 천착하고, 50%를 상회하던 지지율이 반토막 난 불과 몇 달 전부터 되돌아봐야 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애초 그런 자세였다면 이런 시국을 초래하지도, 이런 행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정치평론가의 지적 앞에선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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