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에 따른 여야 대립으로 18대 국회의 개원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국회의 주요행사 및 각종 의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임기 시작일(5월30일)로부터 7일째(6월5일)에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국회의장 부재 상태가 벌써 20여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당장 다음달 17일의 제헌 60주년 기념식 준비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국회의장의 결재가 없어 주요국 귀빈 초청장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외교 관례상 외빈에겐 적어도 2주일 전에 초청장을 발송해야 한다”며 “의장 선출이 계속 늦어지면 행사준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각종 의전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26일엔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김구선생 59주기 추도식이 전례없이 국회의장이 없는 가운데 치러졌다. 내달 4일 국회를 방문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격에 맞게 맞이할 사람도 마땅치 않다.
각종 의안도 쌓이고 있다. 그 중 시급한 것은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연장 동의안 처리다. 다음달 18일이면 파병기간이 끝나, 이때까지 본회의 통과가 안 되면 ‘해외파병 때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어기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 달 말까지 정부에 내야 하는 2009년도 국회 예산안도 국회의장 결재만 기다리고 있다.
의안 회부가 안돼 7월1일로 예정된 고유가ㆍ고물가 대책 시행이 물건너갈 조짐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대책, 화물연대 파업 후속조치인 다단계운송구조 혁파를 위한 조치도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다. 내각 발표가 늦춰지고, 이미 내정 단계인 감사원장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도 국회 개원이 지연되는 탓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수록 야당의 조속한 등원을 촉구하는 한나라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27일 단독개원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30일 의총을 열어 의견을 물을 것”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단독개원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4일 이전엔 국회 개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쇠고기 해법과 개원을 연계해온 통합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합의하면 내일이라도 개원이 가능하다”(차영 대변인)며 개원 지연의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등원 거부를 고수한다고 해서 민심의 지지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다 갈수록 국회의 장기파행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당장 등원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강행한 이후 당내 분위기가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7ㆍ6 전당대회 이후에나 등원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류가 우세한 형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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