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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잃어버린 소년들' 동심의 눈에 비친 수단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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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잃어버린 소년들' 동심의 눈에 비친 수단 참상

입력
2008.06.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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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시온 뎅 등 지음ㆍ조유진 옮김/현암사 발행ㆍ454쪽ㆍ1만3,500원

"태양은 계속해서 우리를 구워대고 있었다. 소년들은 오줌이라도 마시려고 손에 컵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다니며 오줌을 눠 달라고 애걸했다. 나 역시 그들의 은혜를 구걸했다. 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컵에 담은 오줌을 마시는 소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145쪽)

1987년 발발한 수단 내전의 참상을 세 어린이들의 눈으로 재현한다. 남부 수단의 자치권이 점차 약해지고 남북간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피뉴두 난민캠프를 향해 1,600㎞에 달하는 유랑길에 오르면서 겪게 된 일들이 촘촘하게 살아난다.

수단 내전으로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가리키는 '잃어버린 아이들(lost boys)'이 된 그들은 2001년까지 14년간 무수한 죽음과 절망을 목격하고 체험해야 했다. 그들은 죽음의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가 코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먹어야 했다.”(17쪽)

13살 딩카족 소년들은 부모를 잃고 미국으로 이주할 때까지 겪은 고난과 그 이후의 활동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상상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아프리카인의 조용한 고집이 전해진다. 매끄러운 문장은 마이클 스위니 유타대 교수가 다듬은 결과다.

알폰시온 뎅 등 3명의 저자들은 2000~2001년 국제 구호 기구의 도움으로 난민 신청을 통해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제 청년이 된 그들은 아프리카 토속풍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 전통 음악 연주자, 트럭 운전사 등이 돼 미국에서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홈 페이지(www.theypouredfire.com)와 강연회 등을 통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비극을 공개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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