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표류하는 우리 경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무기력한 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50일 가까이 계속된 촛불시위로 국정이 마비되고 정책이 실종돼 ‘경제 살리기’ 슬로건이 무색하게 됐는데도 정부가 법과 질서를 제대로 세우지도, 적극적 타개책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성장 고용 물가 경상수지 소득 소비 등 주요 지표가 거의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하고, 고유가 충격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도 날로 높아지니 재계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초래된 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열매만 챙기려고 하는 재계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수영 회장은 엊그제 한 포럼에서 “촛불시위로 사회가 진통을 겪고 경제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강하게 끌고 가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 출범 때 약속한 법과 원칙 세우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천정부지의 고유가 등 국내외의 악조건 때문에 경제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노동계는 쇠고기 수입반대 등 정치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현재 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중(喪中)인데도 경제 5단체 대표를 만나 하반기 경제운용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투자 활성화와 규제 개혁을 경제 회생의 두 축으로 삼아온 정부의 국정관리 능력에 대한 재계의 의구심을 풀고 투자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계는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고 노사관계도 불안하다는 불평을 앞세웠다고 한다.
대내외 환경이 나쁘고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재계에 투자를 늘리라고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쇠고기 파동도 따지고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가동해 우리 기업의 활동무대를 넓혀 주려던 조급한 계산의 산물이다. 재계는 한 발 빼고 정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눠 현재의 난국을 뛰어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재계가 바라는 법과 질서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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