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나는 내 어머니보다 더 아날로그적이다. 이메일, 인터넷 전화 또는 다양하고 훌륭한 온라인 아동용 학습 프로그램들보다는 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편지를 받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어머니는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인터넷전화에 접속하라 하시고, 손자들에게는 양방향 학습CD를 보내 주신다.
내가 그런 걸 못해서가 아니다. 나는 근 20년 동안 예산, 출판,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를 포함해 거의 모든 종류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전문가 못지 않게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뇌 안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칩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분명하다.
단지 줄곧 이런 일만 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생활 속의 에피소드를 글로 옮겨 본다거나 침대 위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책을 읽어주는 등의 좀 더 고상하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면 더욱 그렇다. 이런 방식이 내 아이들 교육에 방해가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아이들은 딴 세상도 아닌 바로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났고 한국과 호주는 손꼽히는 기술 선진국 아닌가. 아이들은 나의 별스러운 아날로그적 태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네살 여섯살인 내 아이들은 벌써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이 보는 ABC온라인을 틀어달라고 야단이다.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할까? 나는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사에 실린 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인지발달 4단계 이론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돕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적어도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0~2세:갓난아기는 적어도 두 살까지는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으며 모니터는 감각자극을 그다지 제공하지 못한다. ‘감각운동’시기에 필요한 기술은 유아의 반응에 응답하는 소리와 빛 정도다. 3~5세:장난감 전화, 컴퓨터, 카메라를 이용한 ‘가상 놀이’는 ‘전(前) 조작’시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모니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또 이 연령대를 위해 제작된 양방향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일도 가능해진다(걱정없이 ABC게임을 계속하게 할 수 있어 다행이다).
6~11세:‘구체적 조작’ 시기인 이 연령대에서는 웹 검색을 하고 컴퓨터 게임에 쉽게 열중하지만 추상적 개념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어렵다. 게임기구는 경험을 ‘대신’하기보다 ‘보완’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12세 및 그 이상:피아제가 말하는 소위 ‘형식적 조작’ 시기로, 성인의 인지기능에 근접하며 ‘휴대전화, MP3 플레이어 또는 노트북 컴퓨터에서 나오는 동시적 정보 흐름 처리가 가능해진다.
내가 기술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직접적 대면과 접촉의 경험을 앗아감으로써 인간을 비개성적으로 만든다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이다. 화상회의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 이 같은 반감이 극복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한국과 호주의 상당수 학교에서 고성능 화상회의 기술을 ‘e-수업’시간에 이용, 영어 및 기타 학습을 보충하고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한국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고 호주 어린이들은 한국을 배우고 그러면서 친구가 되고. 부모들은 자녀를 해외유학 보내느라 돈을 쓸 필요도 없고 학교는 비용에 상응하는 경험 많고 유능한 교사(화상이 아니면 한국에 직접 와서 가르칠 수 없는)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술은 이제 사람과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대체하기’를 넘어 ‘만들어가기’ 시작한 듯하다. 아마도 어머니께 인터넷 전화로 통화해야 할 것 같다.
메리-제인 리디코트 주한호주대사관 교육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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