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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촛불시위는 민주당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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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촛불시위는 민주당에 독

입력
2008.06.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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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로 신이 난 사람들이 있다. 양초 장사, 시위현장의 노점상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위로 진짜 신이 난 것은 제 1 야당인 통합민주당, 특히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로 상징되는 지도부들이다.

물론 촛불시위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의 지지도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촛불시위 덕으로 얼마 전 재ㆍ보궐선거에서 정말로 오랜만에 한나라당을 누르고 승리를 맛봤다.

그 뿐이 아니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자기 개혁은커녕 지도부의 나눠 먹기 행태 등으로 관찰자들로부터 “치유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골병이 들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촛불시위에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예전 같으면 집중적으로 맞았을 여론의 매를 피해가고 있다.

모처럼 재ㆍ보선에 이겼지만

언론이 전하는 통합민주당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의 지역위원장 선정과정이 그 한 예이다. 한국일보는 이 과정을 한마디로 “코미디에 가깝다”고 평했다. 당의 규정은 현역의원이나 지난 총선에서 지역후보의 득표율이 당 득표율보다 높은 경우를 제외하곤 경선에 의해 지역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조직강화특위에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측 인사가 주로 포진하면서 원칙을 깨고 손학규계와 구민주계 인사들이 줄줄이 위원장직을 꿰차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또 일부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최저점을 주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선정결과에 반발한 당원들이 최고회의에 쳐들어와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일단 봉합이 되기는 했지만 선출직 대의원의 지역별 배분비율에 불만을 가진 영남지역 시ㆍ도위원장들이 전당대회 불참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당 관료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시절보다 의석수가 대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리적인 인력조정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합당을 함으로써 당료 등 인력과 예산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누구도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못지않은 문제, 아니 이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지난 대선과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장기적인 당 혁신프로그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자임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유례없는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민심이 떠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이들이 합친 통합민주당은 2008년 대선과 2009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따라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새 프로그램에 기초해 차세대 당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같은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뼈 깎는 자기개혁 왜 못하나

촛불시위 덕으로 통합민주당은 재ㆍ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볼썽 사나운 당내 잡음도 여론의 매를 비켜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때 이른 인기추락과 촛불시위는 궁극적으로 통합민주당을 더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며 뼈를 깎는 자기개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민주당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다.

6월 10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촛불의 행진을 바라보면서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했다고 고백했다. 바로 그 순간에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를 비롯한 통합민주당은 신이 나 축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 이상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하고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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