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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논두렁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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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논두렁의 평가

입력
2008.06.3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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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갔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늘을 깨고 계셨다. 가려면 일찍 가서 돕지 늑장부리다 오후 늦게 간 탓에 아버지가 삐쳤다. 어머니가 푹 곤 오골계를 뜯으며 소주 몇 잔 들이키시자 기분이 풀리셨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열 살이었다. 고생을 엄청 하셨다. 그 세대들의 공통점은 통치권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따지는 자들을 무조건 ‘빨갱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명백한 오해겠지만,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세대는 아들들을 배부르게 키워놓았으나, 그 배부른 아들들이 민주와 정의를 외치며 ‘빨갱이짓’을 하는 바람에 속을 무던히도 끓였을 테다. 30개월과 29개월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재협상을 하든 안하든, 미국쇠고기 수입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안전하든 위험하든 미국쇠고기가 식탁에 오를 날은 다가왔고, 아버지의 축산은 끝장날 때가 임박한 것이다.

사료값이 기름값의 속도로 올랐고, 소값은 한없이 떨어졌는데, 아버지는 스무 마리 소를 먹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농촌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아버지의 말을 통해서 정부에 대한 논두렁 사람들의 평가를 감 잡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한 이 말은 비단 쇠고기문제만 가지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빨갱이보다 더 나쁜 거시기여!”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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