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파시뇰리 글ㆍ이은선 조윤이 그림ㆍ홍기영 외 옮김/다섯수레 발행ㆍ168쪽ㆍ1만3,000원
예나 지금이나 상상력의 원천으로 이야기만한 것이 없다. 한국 어린이에게나, 인도 어린이에게나,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나 그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한남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인도인 남편과 함께 수십년 동안 아시아 각국의 민담들을 수집해온 지은이가 풀어내는 17개 아시아 나라의 옛 이야기들은 무궁무궁한 비밀을 품고있는 요술램프와도 같다.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이지만 민담들은 큰 주제로 묶인다.
호숫속의 괴물이 어린원숭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호수주변의 대나무를 이용해 물을 빨아들여 위기에서 벗어나는 스리랑카의 현자 원숭이 이야기나, 마귀할멈에 쫓긴 소녀들이 악어의 꼬리를 몰래 붙잡고 강을 건너가는 말레이시아의 민담은 공히 침착함과 기지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코 길이를 뽐내는 내기를 하며 다투다가 친구가 되는 두 텐구(도깨비)가 소재인 일본민담이나 까마귀, 생쥐, 사슴 거북이가 한 편이 되어 사냥꾼의 위협에서 벗어난다는 인도의 민담은 모두 우정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처럼 계몽성이 두드러진 이야기도 있지만 아이들을 이야기속에 빠져들도록 하는 ‘말놀이’의 기능이 돋보이는 이야기도 있다. 콩을 훔치는 까마귀를 쫓아달라며 처음에는 사냥꾼에게, 다음에는 화살에게, 그 다음에는 생쥐에게 부탁하는 채소 밭을 지키는 태국소년의 이야기나, 세상에서 가장 팔자좋은 것이 무엇일까를 공상하다가 해에서 구름으로, 구름에서 바람으로, 바람에서 흰개미탑으로 변신하는 라오스의 게으른 개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연상능력을 키워주고 어휘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교육적 효과도 만점이다.
‘풍부한 표정을 지어라’ ‘듣는 사람의 반응을 섬세하게 살펴라’ ‘관심을 흩뜨릴 수 있는 입버릇을 고쳐라’ ‘소품을 사용하라’ 등 스토리텔링의 기법에 대한 정보도 충실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어른들의 숙제도 풀어줄 만 하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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